|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 인프라만 확보되면 대규모 부지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어서 서울·수도권 입지가 유리하다”며 “액침 냉각 기술이 표준화되면 좁은 부지에서도 수직형 데이터센터 구축이 가능해져 수도권의 구조적 이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 심화…주민 반발로 사업 지연
민간 사업자들이 높은 토지가격과 규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수도권을 고집하는 이유는 기반시설과 인력, 네트워크 환경 때문이다. 전력·통신·수도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고 전문 인력 수급이 용이하며, 회선 비용과 지연율 측면에서도 수도권이 유리하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들이 기존 데이터센터 반경 8~20km 이내에서 추가 확장을 검토하는 경향도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전자파, 소음·진동, 경관 훼손,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하며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 일대는 대표적인 사례다. 문래 데이터센터 주민대책위원회는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부지에 대해 2022년 인허가가 이뤄졌지만 주민들에게는 불과 2~3개월 전에야 알려졌다”며 “80MW급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고압선 설치와 24시간 서버 가동으로 열과 소음, 진동, 전자파 피해가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실제 KDCC 보고서에 따르면 구축을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신규 데이터센터 86곳 가운데 11곳이 지연 또는 중단 상태다. 이 중 수도권 6곳은 모두 주민 반대로 멈췄고, 비수도권 5곳은 자금 부족이 원인이었다.
건립이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놓고 보면 수도권 쏠림은 더욱 뚜렷하다. 투자 유치, 부지 확보, 건축 허가, 설계, 착공 등 실질 단계에 들어간 36개 프로젝트 가운데 21곳(58.3%)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반면 업무협약(MOU)이나 사업성 검토 등 초기 단계 사업은 비수도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부산을 포함한 대도시 인근까지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86.1%가 도심 지역에 몰려 있다.
|
데이터센터는 법·전력·인프라가 얽힌 대표적인 ‘복합 인허가 사업’이다. KDCC에 따르면 계획·설계부터 지자체 인허가, 한전 전력공급 계약, 공사, 준공까지 평균 3.5년이 걸린다.
가장 큰 병목은 전력이다.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5MW 이상 대규모 전력 소비 시설이 전력계통에 과부하를 줄 경우, 한전이 전력 공급을 거부하거나 유예할 수 있는 근거가 강화됐다. 여기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10MW 이상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려면 건축 인허가 신청 최소 3개월 전까지 전력계통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로 인해 주민 반발을 해소하더라도 전력 단계에서 다시 막히고, 이후 인허가를 재차 받아야 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KDCC 관계자는 “건축 허가와 전력 인허가를 각각 받아야 해 모든 절차가 비용 부담으로 인식된다”며 “지방으로 가더라도 주민 반발 가능성과 동일한 전력 평가 절차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 데이터센터는 고객 확보에서도 불리하다. 상업용 데이터센터 평균 입주 고객 수는 수도권이 169.7개인 반면 비수도권은 33.1개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입지 분산의 필요성은 커지지만 시장 구조는 수도권 집중을 고착화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센터는 국가 전략 자산”
이 같은 문제는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AI 제정법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수도권은 전국 전력 소비의 40%를 차지하지만 자급률은 약 66%에 불과하다”며 “시급성이 높은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계통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수도권 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거리 증가에 따른 데이터 전송 지연과 통신 비용 문제를 함께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수도권 내 기존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속도를 내고, 중장기적으로 지방 AI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데이터센터를 핵심 국가 자산으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2024년 9월 데이터센터를 국가 중요 인프라로 지정하고, 허가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는 ‘Ready and Needed’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청정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검토를 통해 전력난 해소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세제 혜택과 인허가 간소화를 담은 ‘데이터센터 구축 종합계획’을 내년 1분기까지 수립하고, 내년 4분기까지 공공·산업 수요 기반의 ‘강소형 데이터센터 확산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추세를 보면 데이터센터는 점차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AI 학습이 가능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유치할 수 있도록 보다 담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일자리 논의때 지역민 패싱…'일자리파크' 역설[only 이데일리]](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5/12/PS25121600029t.jpg)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혹·논란…박나래, 홍보대행사도 '손절'[only 이데일리]](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5/12/PS25121500801t.jpg)
![구충제 '희망' 가졌지만…폐암 투병 끝 떠난 김철민[그해 오늘]](https://spn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5/12/PS25121600001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