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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대학생 납치·고문 사망 사건은 동남아 전역의 여행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최근 2년간 약 513건의 납치·감금 신고가 쏟아졌고 약 100건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문제는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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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태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0건에서 올해 9월 기준 11건으로 급증했다. 태국은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처럼 대규모 범죄단지가 형성돼 있지는 않지만, 소규모 피싱 조직들이 아파트나 빌라를 빌려 조직원들을 감금한 채 범행에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베트남 호찌민에서도 대형 가방에서 한국인 남성 시신이 발견됐다. 베트남 주호찌민 한국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호찌민 주택가 건물 인근에서 한 남성이 파란색 대형 가방 안에 담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국인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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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한국인 대상 범죄로 동남아 지역 9월, 10월 여행객 수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동남아 지역으로 출국한 전체 여객 수는 17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다. 10월에는 198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3% 감소했다. 9, 10월 두달간 동남아 전체 여객수는 37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필리핀 노선의 감소율이 가장 컸다. 캄보디아 사건이 발생한 9월, 필리핀 여객수는 26만 3933명으로 전월 대비 61%가 감소하며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9월 20%, 10월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 노선 여객 수도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9월 14%, 10월 7% 감소했다. 이어 태국이 9월 9%, 10월 4% 줄어들며 기피 현상이 뚜렷했다.
12월 라오스 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 김세진씨(25)는 “몇 달 전부터 예약해 둔 여행이라 꼭 가고 싶지만 부모님 만류가 심한 상황”이라며 “여행 취소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 겨울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김현철씨(28)도 “원래 올겨울 태국 여행을 계획했으나 안전 우려 때문에 결국 막바지에 일본으로 여행지를 선회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환율이 치솟으며 여행 기피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최근 달러 가치가 오르며 달러 대비 동남아 국가 통화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떨어졌지만 원화 하락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26일까지 대만 달러(-1.7%), 싱가포르 달러(-0.46%), 인도네시아 루피아(-0.2%), 베트남 동(-0.13%), 태국 바트(-0.4%), 필리핀 페소(-0.03%) 모두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다만 가치 하락 폭은 원화가 3.3%로 가장 컸다. 환율 상승으로 동남아 여행 상품 가격이 함께 올라가면서 여행 부담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보통 겨울은 따뜻한 동남아 지역이 ‘여행 성수기’로 불리지만 잇따른 악재로 올해까지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안전 문제, 환율 악화로 대체 여행지 일본이 부상하며 올겨울 일본 패키지 예약률이 20% 증가했다”며 “단일 국가 예약률이 15% 이상 높아지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이 항공편 증편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동남아 수요가 동북아로 대거 이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