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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점검]⑤이민자 천국 실리콘밸리도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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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기자I 2017.01.17 16: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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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다음 타깃은 실리콘밸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글로벌 기업에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드라”고 압박하며 대선 공약을 실행할 조짐이다. 아직 그 압박이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은 그 다음 타깃이 자신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세계 인재 흡수하던 ‘H-1B 비자’ 폐지 움직임

이달 4일(현지시간) 미 하원에는 ‘미국 직업 보호와 성장법안(Protect and Grow American Jobs Act·H.R.170)’이라는 새 이민법안이 상정됐다. 골자는 외국인에 대한 H-1B(전문직 취업)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것. H-1B 비자의 요건을 기존 연봉 6만달러에서 10만달러(1억2000만원) 이상으로 높임으로써 한 기업 내 발급비율을 제한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계획이다. 트럼프의 주 지지기반인 미 백인 중산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비자는 원래 유능한 해외 전문직 인재를 유치하자는 목적이지만 기업이 값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악용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H1-B 비자에 대해 “값싼 노동 프로그램”이라며 “광범위하고 걷잡을 수 없이 남용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반이민파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도 H1-B 비자 발급 제한을 지지해 왔다.

문제는 전세계 IT 인재를 흡수해 준 이 제도 폐지가 실리콘밸리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 기업가치를 가진 미국 거대 IT기업의 절반은 이민자가 세웠다. 이들은 H-1B 비자를 통해 더 많은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려 해 왔다. 미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지난 2009~2011년 3년 동안 약 20만 명이 이 비자를 통해 미국에 왔다. 인도가 12만762명(전체의 54%), 중국 2만581명(9.1%), 캐나다 8742명(3.9%), 필리핀 7479명(3.3%), 한국 6427명(2.9%) 등이었다.

미국 IT기업이 지난해부터 트럼프의 당선을 우려해 온 것도 이 같은 공약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엔 미국 IT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교수, 엔지니어 등 145명이 ‘트럼프는 미국 혁신의 재앙’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애플·구글 등 미국 주요 IT기업의 트럼프에 대한 정치 후원금은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60분의 1에 불과했다.

아직 낙관 전망 우세…외국인 전문직은 ‘좌불안석’

아직 실리콘밸리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다. 미국 IT 대형주인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앞글자를 딴 이른바 ‘FANG’ 기업의 시가총액은 새해 첫 7거래일 만에 834억 달러(약 99조원) 늘었다. IT기업의 성장과 함께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해 11월9일 이후 약 7.3% 올랐다. 지난 13일 마감은 5574.12로 올 들어 여덟 번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12월14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테크 서밋을 열고 애플의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알파벳 래리 페이지 등 실리콘밸리 CEO를 만난 게 각종 우려를 불식하는데 도움을 줬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신들이 잘되도록 도와주는 게 나의 목표”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는 일단 반신반의했지만 최소한 전통산업 진흥을 우대하겠다며 실리콘밸리에 각을 세웠던 이전과 비교해 유화적 태도였다는 평가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와 기술업계가 일시적인 휴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이민정책에 따른 실리콘밸리의 경쟁력 약화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외국계 엔지니어들은 이미 불확실한 전망에 탈(脫) 실리콘밸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수출 자문위원회에서 근무했던 공화당원이자 블랙베리 CEO인 홍콩계 미국인 존 첸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이) 미국을 정말로 다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와 대조적으로 실리콘밸리의 축을 담당했던 외국인 인재가 자국으로 회귀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극심한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전문인력 유출)’ 현상을 겪어온 아시아 국가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매년 수 만명의 인재를 실리콘밸리에 빼앗겼던 인도가 최근 자국내 IT기업 활성화는 물론 인도 내 IT인재를 활용하는 미 IT기업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H1-B 비자를 받아 미국에 온 마드후 바들라마니는 “물론 우려된다”면서도 “비자를 잃더라도 인도에 좋은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도 최근 외국 인재 영입 프로젝트인 만인계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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