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뉴스속보팀 기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학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신고하면 상담·무료법률구조 등 필요한 지원을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사건이 은폐·축소되지 않도록 엄정히 대응하는 등 피해자가 주저하지 않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26일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계 미투 간담회’에서 “성희롱·성폭력은 결국 불평등한 관계, 비민주적인 조직의 문제”라며 교육계 역시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대응이 형식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구조적으로 근절하기에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피해자가 주저하지 않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한편, 학내 구성원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과 성교육을 내실화하는 등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되도록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교육계 현장단체 관계자와 성교육 전문가들이 참석해 학내 성폭력과 관련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다양한 제안을 내놨다.
김성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교육부가 개설한 신고센터가 있지만 막상 이용하기가 어렵다”며 누구나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것을 요청했다.
또 “학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교사가 지체 없이 경찰에 신고하고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지만 교사를 위한 실질적 도움은 없어 교사가 피해자 지원과정에서 고소를 당하는 등 피해를 보기도 한다”며 사건 처리를 위해 교육청 단위의 전담 부서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학내 인권센터와 양성평등센터 등 성폭력과 관련된 학내 조직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원정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 ‘무빙’ 회장은 “학내 인권센터에 익명으로 신고해도 인권센터는 직권조사 권한이 없어 조사하지 못하고, 인권센터 측에 실질적 조치 권한이 없다 보니 가해자가 복학해 피해자와 같은 수업을 듣게 되는 등 2차 피해 문제도 있다”며 학내 인권센터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숙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대표는 대학 내 양성평등센터와 관련, “조사위원회나 징계위원회 위원 대부분이 교수인 상황에서 피해자는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다”며 양성평등센터가 대학재단의 하부 조직이 아닌 독립적인 조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정민 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대표는 대학 내 상담센터 직원 대다수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취약한 위치에 놓인 상담센터 담당자가 교수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방 교육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기준을 반영해 현행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고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야 하며, 만드는 과정에서 민관협력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도 누구나 예외 없이 폭력 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번 간담회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일터에서의 성폭력’을 주제로 한 1, 2차 간담회에 이어 마련된 것으로, 여가부는 향후 중장년 서비스직 노동자, 이주여성, 장애여성 등 각계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4월 중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