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내일(2일) 생일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서 매년 받았던 생일 축하 서한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생일 축하 서한과 답신을 주고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 이후 냉랭해진 한·중 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시진핑 주석에게서 축하 서한을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안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확인되는 대로 말씀 드리겠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2014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월29일과 1월30일에 박 대통령에게 축하 서한을 보냈다. 앞서 박 대통령도 2013년 시 주석 생일(6월15일)에 서한을 발송,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서한을 주고받는 ‘친분’을 과시해왔다. 시 주석은 첫 서한에서 “현재 한중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는 바, 한중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하며, 올해 양측 모두가 편한 시간에 귀국을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새롭고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박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생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아직 시 주석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는 건 역대 최상이라던 한·중 관계가 최근 북한의 핵 도발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이나 고강도 대북 제재조치 문제를 놓고 양국이 미묘한 균열을 보이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 도발 직후 미국·일본 정상과 곧바로 통화한 점과 달리 시진핑 주석과는 통화가 성사되지 않은 점, 박 대통령의 이른바 ‘5자회담’ 제안을 중국이 단칼에 뭉갠 점도 이런 이상기류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전문가는 “정상 건 생일 축하 서한은 생일 2∼3일 전에 보내는 게 통상적”이라며 “올해는 양 정상 간 서한 교환이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상 간 생일 축하 서한은 보낼 때도 있고, 또 안 보낼 때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애써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