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긴축 계획이 예상했던 수준인데다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대응은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에 나설 5월부터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달러대비 원화 가치가 2년여 만에 가장 큰 폭 뛰었고, 국고채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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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내 외환·채권시장에선 원화표시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21원 이상 급락하면서 1214.3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27일(-22.20원) 이후 2년여 만에 최대 낙폭으로, 그만큼 달러값이 뛰었다는 뜻이다. 원화 국채 가격도 오히려 오르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영향까지 받으며 큰 폭 하락했다. 호주, 일본 10년물 금리가 오른 것과 대비되며 우리 국고채시장이 견고함을 나타냈다.
시장에선 이날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예상 수준에 부합했단 평가를 내놨다. 0.25%포인 씩 올리는 이른바 `베이비 스텝`을 밟은 점과 이번 인상을 포함해 올해 말까지 총 7차례 금리를 올릴 계획은 이미 시장참가자들이 예상했던 수준이었다. 5월께 대차대조표 축소에 들어갈 수 있단 발표는 물가를 잡겠단 연준의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것으로 봤지만, 이것 역시 어느 정도 예상된 재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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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고채시장도 강세장을 나타내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채권값이 오르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고채 장단기 금리는 3월 초 수준으로 내렸다. 외국인이 10년 국채 선물을 1조3000억원 가량 순매수하면서 10년 국채 현물 금리가 전일대비 0.064%가량 하락한 2.704%에 마감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이후 이어진 연준의 8차례 금리 인상 시기에 우리나라 10년물 금리가 0.01%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총 다섯 차례 뿐이다. 낙폭은 2017년 3월16일(-0.096%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이외에도 이날 5년물 금리는 0.057%포인트 하락했고, 1년과 2년물은 0.03%포인트 가량씩 각각 내렸다.
이는 시장이 연준의 긴축 기조를 선반영한데다가 원화 가치까지 크게 오르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도 꺾이자 이제 시장은 채권시장 악재는 반영될 만큼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매수 포지션을 취해도 된다고 판단했단 분석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FOMC 결과를 확인하고 환율 급락, 외국인의 채권선물 매수 등이 나타난 것을 보면 시장은 이번 회의를 예상했던 수준이라 안도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단도 시장 컨센서스는 1.75~2% 정도, 개인적으로는 1.5%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통화정책은 불확실성이 걷힌 것으로 판단하고, 차기 우리 정부의 재정 운용에 따라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