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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전부터 동부지검으로부터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분주하게 사태 파악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본관 출입문인 연풍문과 민정비서관실 사무실이 별도로 마련된 창성동 별관 주변에 민감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고 대변인은 오후 2시20분께 브리핑 소식을 알렸지만 이마저도 압수수색에 대한 것이 아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 문건을 작성한 청와대 내 A행정관과 관계된 것이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고 극단적 선택을 한 수사관과 다른 인물이라는 것이 브리핑의 요지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 중 압수수색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으나 “아마 대변인이 따로 정리해서 말씀드리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에 느낀 당혹감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고 대변인의 압수수색과 관련된 브리핑은 약 4시간 여가 더 지난 6시15분께 공개됐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는 오늘 집행된 압수수색과 관련하여 검찰과 협의하여 제출이 가능한 관련자료를 임의제출하는 등 협조했다”고 정제된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전날(3일) “검찰은 12월 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달라”고 공개적인 비판을 가하자마자 검찰이 반격을 해왔지만 일단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과 관련된 유감 수준에서 반응을 아꼈다.
반면 민주당은 조심스러운 청와대와 달리 강력한 경고장을 검찰에 던졌다. 당내 ‘검찰 공정수사 촉구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설훈 의원은 “검찰 수사가 종착점에 와 있는 검찰개혁 법안을 좌초시키기 위한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현명히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 위원장은 “검찰의 편파 수사와 수사권 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김기현 전 울산시장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사건을 한 차례 조사도 없이 1년 넘게 묵히다 청와대 하명수사 프레임을 씌워 민정수석실을 타깃으로 삼은 수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최고위에서도 검찰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쏟아냈다. 이해찬 당 대표는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앞둔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수사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등을 거론하며 “최근 검찰에서 이뤄지는 여러 상황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선택적 수사”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항간에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막기 위해 검찰이 한국당 의원들의 패스트트랙 관련 기소를 하지 않고 황교안·나경원 등 지도부에 대한 고발도 수사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국민은 검찰의 행동을 굉장히 의심스레 보고 있으며 민주당도 검찰의 직무유기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검찰과 자유한국당의 유착관계까지도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