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자동차 행사의 꽃으로 불릴 만큼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꼽힌 모터쇼는 점점 행사의 규모가 작고 초라해 지고 있다. 과거 모터쇼는 제조사가 고객을 만나 의견을 듣고, 콘셉트카를 전시해 시장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확실한 장소였다. 이 외에도 모터쇼에 참가한 제조사와 부품업체간의 계약이 성사되기도 하는 비즈니스의 현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전으로 소통의 통로가 다양해짐에 따라 모터쇼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모터쇼에 참가하기 위해선 수 억원이 넘는 고액의 참가비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 부스 설치, 전시차 섭외, 인건비 등 적게는 수십억원부터 수백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실제 홍보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모터쇼보다 동영상, SNS 등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더 낫다는 판단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행사에 참가해야 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다른 브랜드와 새로운 모델 출시가 겹쳐 관심이 희석되는 모터쇼를 갈수록 꺼리게 된다. 대신 신차 출시는 각 브랜드가 개별적으로 별도 행사를 마련,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한다.
디트로이트, 파리, 프랑크푸르트, 제네바 등 세계 유수 모터쇼의 사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전기차 등 최신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이런 이유로 다수의 IT업체들을 만날 수 있는 미국 최대의 IT·가전 전시회인 CES에 참가하는 자동차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모터쇼가 아닌 CES에서 신모델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개최된 2018 CES에선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 넥쏘를 공개한 바 있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CLA는 지난달 열린 2019 CES에서 공개됐다.
과거 모터쇼 관람의 묘미는 신기술이 집약된 신차를 보다 빠르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차의 수가 줄고 신기술의 공개는 다른 IT 전시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전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지 않다. 그야말로 요란한 잔치에 먹을게 없는 현실이다.
모터쇼가 신차의 향연에서 자동차에 대한 꿈을 키우는 가족 나들이 형태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2019 서울모터쇼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전시공간 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드론, 로봇 등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보고 체험하는 공간도 구비했다. 먹거리와 즐길거리로 구성된 '푸드-테인먼트' 공간도 마련했다.
이달 28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29일부터 열흘간 개최되는 서울모터쇼에는 국내 6개사(현대,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 제네시스), 수입 14개사(닛산, 랜드로버, 렉서스, 마세라티, 메르세데스-벤츠, 미니, BMW, 시트로엥, 재규어, 토요타, 푸조, 포르쉐, 혼다, 테슬라) 등 총 20개 완성차 브랜드가 참가한다. 월드 프리미어 2종(콘셉트카 1종 포함), 아시아 프리미어 10종(콘셉트카 4종 포함), 코리아 프리미어 10종 등 총 22종의 신차가 공개된다.
모터쇼의 위상은 이전만 못하다. 그럼에도 많은 자동차 업체들은 여전히 모터쇼는 자동차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현장이다. 전기차 시대로 접어드는 지금 더 이상 고배기량, 고마력 등 수치적인 성능이 자동차 업체의 기술을 대변하지 않는다. 얼마나 수준 높은 자율주행 기술을 갖췄는지, 전기차의 배터리를 완충하면 최대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모터쇼 역시 자동차 기술 변화의 흐름에 따라 위상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