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집결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오른 가운데 전세계의 이목은 28일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하노이 선언’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역사상 첫 북미 정상의 만남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언제든 전쟁을 할 수 있는 ‘적’(敵)으로 상정하고 있는 두 국가가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공언해왔던 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서는 영변 폐기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함께 ‘플러스 알파’(+α)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소한의 성과는 영변 폐기 로드맵?…‘쇼’가 아닌 실질적 조치 합의돼야
영변 핵시설은 북한의 핵 개발의 ‘심장부’로 불린다.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는 북한 비핵화로 가는 입구이자 김정은 위원장이 수차례 밝힌 비핵화 의지를 증명하는 첫 걸음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선언문에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문제는 영변 핵시설 폐기가 과거처럼 ‘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를 겪으며 북미가 제네바 협정을 체결했을 때도 북한은 핵개발 포기의 증표로 영변의 5MW 원자로를 폐쇄했다. 2008년에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성 김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퍼포먼스’에 그쳤을 뿐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인 폐기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되기 위해선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 로드맵과 미국의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합의를 이뤄내기 위한 양측의 밀고 당기기가 상당히 치열하게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 합의 도출에 긍정적인 요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촉박한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점이다. 그동안 ‘선(先) 비핵화’ 원칙을 강경하게 주장하던 미국측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어느 정도 수용키로 한 것으로 보여 북미간 비핵화 로드맵 도출이 한결 원활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α’ 미국이 건낼 ‘당근’에 달려…마지막 결단은 정상회담서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북미가 합의할 수 있는 추가 성과에도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실질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중요하다곤 해도 새로운 성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한 실무협상 과정을 거쳐 북미 정상이 어렵게 만난 만큼 북한의 비핵화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다음 조치를 이번 회담을 통해 끌어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이른바 ‘+α’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현실성이 높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포괄적 신고’을 꼽았다. 조성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래핵·현재핵과는 다르게 과거핵은 깜깜이인 상황이다. 과거핵의 윤곽이라도 파악하고 이 내용을 담은 실무협상 로드맵을 합의해야 한다”과 지적했다. 또 비핵화 과정 논의를 위한 북미간 워킹그룹(실무협의체) 구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상회담에서 모든 세부적인 내용을 명시적으로 거론하기는 어려운 만큼 구체적인 세부 목표, 협상 로드맵, 신고와 검증 등을 협의해 나갈 워킹그룹을 설치하고 중간단계의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북미간 ‘+α’ 합의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이 어느 정도 수준의 상응조치를 내놓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무협의에서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나, 북미간 중요한 결정이 그동안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 온 점을 감안하면 정상회담에서의 ‘결단’을 통해 추가 성과가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일단 우리 정부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할수록 낙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국제회의 참석차 방문한 스위스에서 언론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이미 명시적으로 공약한 풍계리ㆍ동창리 참관, 영변 핵 폐기 등을 포함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며 “영변+α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간 종전선언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하노이 선언’에 종전선언이 포함될 것인지와 관련, “어떤 형식과 내용이 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면서도 “단지 종전선언의 내용을 담는 두 정상간의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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