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가지머리' 김윤경·김희경 자매, 화장품으로 새로운 도약 꿈꾼다

염보라 기자I 2017.05.15 17:15:56
[이데일리 뷰티in 염보라 기자]

김윤경·김희경 자매가 서울 삼성동 그라운드플랜 매장에서 뷰티in 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뷰 = 염보라 기자 ㅣ사진 = 백지연 기자

1세대 인터넷쇼핑몰 바리에디션(구 바가지머리)이 올해로 12년차를 맞았다.

사업 초기부터 20대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남다른 사업 수완을 발휘했던 김윤경 대표(37)는 귀여운 남자 아이를 둔 ‘워킹맘’이 됐고, 귀여운 외모로 수많은 팬층을 거느렸던 메인모델 ‘희바리(김희경 부대표, 33)는 여인의 향기를 풍기는 30대 여인으로 거듭났다.

그 사이 사업 영역도 기존 의류에서 화장품, 요식업 등으로 확대됐다. 12년 동안 바리에디션과 함께 나이 들고 있는 고객들의 변화된 관심사를 반영한 행보인 셈.

햇살이 좋았던 10일, 환한 웃음이 매력적인 김윤경 대표와 김희경 부대표를 만나 12년 사업 스토리를 되짚어 보는 한편 김 자매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화장품 브랜드 '그라운드플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인터넷쇼핑몰 시장이 포화되기 전, 바리에디션 인기가 상당했다.

<김 대표> “2008년에 대대적인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적이 있었는데, 잘 나가는 쇼핑몰 10개 중 우리가 1순위로 선택돼 공격 받을 정도였다.(웃음) 당시 S쇼핑몰과 1,2위를 다퉜다.”

김윤경 대표(좌), 김희경 부대표(우)
- '처음' '원조'라고 부를 만한 시도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김 대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을 모델로 내세웠다. 또 정형화된 스튜디오 대신 커피숍이나 결혼식장, 영화관 등에서 착용 샷을 촬영했다. 지금은 대중화된 방식이지만 당시엔 굉장히 획기적인 시도였다. 그땐 키 큰 모델을 내세워 스튜디오 촬영을 많이 했으니까.”

<김 부대표>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소에 맞는 코디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셈이었다. ‘결혼식 코디는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같은. 바가지머리만의 통통 튀는 상품명도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

- 김 대표의 사업 수완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어릴 때 모습은 어땠는지. 

<김 대표> “학교 다닐 때부터 옥션 같은 오픈마켓 사이트에서 옷이랑 가방을 팔았다. 당시엔 제품 착용 컷이란 개념이 거의 없을 때였는데, 나는 PC방 가서 캠으로 착용 사진을 찍어 올리고 그랬다.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친구들 옷도 같이 팔았다. 지금 되돌아 보면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행위 자체를 즐겼던 것 같다.”

<김 부대표> “자매들 사이에서는 확실히 남달랐다. 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뚝심도 있고 생활력도 강했다. 우리 집이 4자매인데, 부모님이 아들처럼 든든해하셨다.”

- 김 부대표는 원래 꿈이 모델이었나.

<김 부대표> “원래는 피아노를 전공했다. 엄마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시다 보니 자매 모두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언니(김윤경 대표)는 합창단 출신이다.(웃음) 모델 일은 언니를 도와주려고 시작한 건데 사업이 잘 되면서 집중하게 됐다. 내가 착용한 옷이나 액세서리가 잘 팔리니까 모델로서 카메라 앞에 서는 행위가 즐거웠다.”

<김 대표> “5살 때부터 음악을 한 번 들으면 반주를 얹어서 피아노를 칠 만큼 재능이 있었다. 피아노로 독일에서 유학을 했고 학교도 1등으로 졸업했다. 동생(김희경 대표)이 함께 사업을 이끌어주겠다고 했을 때 사실 고민이 많았다. 그 부분을 생각하면 지금도 고맙고 미안하다.”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그라운드플랜 매장 앞에는 소비자들이 전달한 미스트 공병으로 만든 트리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 2015년 화장품 브랜드 ‘그라운드플랜’을 론칭했다. 이유는.

<김 부대표> “쇼핑몰 모델을 하다 보면 어떤 화장품을 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일일이 답변을 해주다가 블로그에서 화장품을 공구(공동구매)로 팔았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재고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평소 피부가 얇고 건조한 편이라 화장품을 고르는 데 깐깐한 편이다. 우리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서 팔아보자 생각했다.”

- 첫 반응이 어땠나.

<김 부대표> “처음 선보인 제품이 '24H 시크릿 미스트'였다. 사실 기대도 안 했다. 블로그에서 공구로 판매했는데 안 팔리면 사은품으로 제공하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했었다. 그런데 판매 페이지를 올린지 40여분만에 수백 개 제품이 모두 팔렸다. 더 주문하고 싶은데 왜 안되냐는 문의 글이 계속 올라올 정도로 당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 24H 시크릿 미스트는 현재 그라운드플랜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이다.

<김 대표> “아토피 개선 효과를 본 분들이 SNS에 리뷰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다. 아이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 제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김 대표> "물을 타지 않은 미스트다. 24H 시크릿 미스트는 아이들이 사용해도 될 만큼 성분이 좋다. 치유의 꽃이라고 불리는 위치하젤 추출물을 85%나 넣어 순하면서도 강력한 보습 효과를 준다. 또 감초산, 병풀, 마치현, 상백피추출물, 자일리톨 등 성분을 넣어 피부 결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 최근 출시한 제품이 있다면.

<김 대표> “CC쿠션이랑 선 쿠션을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미스트와 동일하게 물 대신 위치하젤 추출물을 넣었다. 선 쿠션의 경우 아이들과 함께 사용해도 될 정도로 성분이 좋다.”

-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성장 속도가 더디다.

<김 대표> “원재료 대비 판매가가 낮게 책정돼 해외 수출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미스트의 경우 전문가가 제안하는 최적가가 120ml 기준 10만2000원인데 우린 3만8000원에 판매 중이다. 수수료율이 높은 면세점에 입점하거나 밴더를 통해 수출하기에는 이익률이 맞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김 부대표> “일전에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고객에게 사은품을 주고 백화점에 수수료를 주고 하니까 딱 1000원이 남았더라.(웃음) 현재는 생산량을 늘리면서 원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계속 추진하고 있다.”

- 그렇다면 수출 부문은 현재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김 대표> “홍콩, 중국, 대만 등 바이어들이 한국 매장에 와서 정가로 제품을 구입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K뷰티로 유명한 분들이 찾아와 둘러보고 갔다. 회사 차원에서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일단 중국 역직구몰 입점을 검토해 보고 있다. 다각도에서 해외 진출 방법을 모색해 볼 예정이다.”

- 10년만에 새 사업(화장품)을 시작한 셈이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김 대표> “그냥 너무 재미있다.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서 수첩에 아이디어를 적는다.(웃음) 홍보를 위해 뷰티버스로 전국을 돌기도 하고 밤도 새우고…. 열정이 다시 살아난 느낌이다.”

<김 부대표> "뷰티박스 이벤트 할 때는 정말 즐거웠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 하면서 하는데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다. 확실히 이전보다 여유를 많이 찾은 것 같다. 책임감을 가지는 한편 이제는 '즐기면서 하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게 됐다.

-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이 있다면.

<김 대표> “사업을 10년 넘게 하면서 유지관리가 힘들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올해는 제2의, 제3의 히트 상품을 내기 위해 신제품 개발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김 부대표> “더불어 올해는 그라운드플랜의 해외 진출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다.”

그라운드플랜이라는 새 성장동력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김윤경, 김희경 자매. '진심'을 무기로 한발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이들의 2막을 기대해 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