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국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금리와 환율 등의 ‘차익거래(arbitrage)’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외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행정공제회는 오는 2018년초 입주 예정인 용인시 아파트 단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36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투자는 기존의 부동산PF를 갈아타는 리파이낸싱 투자다.
시공사인 한화건설은 총 639세대인 ‘광교상현꿈에그린’ 사업장에 대한 기존 제1금융권 대출을 갈아타는 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행정공제회는 이번 리파이낸싱중 중순위 대출(메자닌)에 360억원을 넣기로 한 것이다. 만기는 2018년 2월 입주 시점까지다. 투자기간은 12개월로 짧은 편이며 예상 수익률은 연5% 정도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2~3년 전 분양했던 부동산PF 사업장의 만기가 본격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1금융권이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이를 다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 수요가 늘고 이들의 금리 차를 노리는 틈새 투자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자산 투자시 환차익도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노리는 투자 포인트다. 최근 미국 달러화당 파운드화 가치가 3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영국의 알짜 자산 투자에 적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영국 대기업이 장기 임차한 빌딩 매입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산공제는 지난해초 투자한 영국 호텔 포트톨리오 메자닌 펀드의 자산 건선성 검토를 위해 영국 현지 실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렵연합 탈퇴) 진행 과정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자산 저평가, 파운드 폭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두 자릿수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노란우산공제 관계자는 “우려했던 것 만큼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지역을 위주로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로화 약세도 유럽 지역 부동산 매입에 좋은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환차익을 고려하면 보다 높은 가격으로 입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공무원연금공단은 환율, 금리 등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틈새를 공략하는 밸류애드, 오퍼튜너티 전략을 추구할 계획이다. 공무원연금공단 최초로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를 선정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하는 틈새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용어설명-아비트리지(arbitrage); 동일한 상품에 대해 두 시장에서 서로 가격이 다른 경우 가격이 저렴한 시장에서 그 상품을 매입하고 가격이 비싼 시장에서 그 상품을 매도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거래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