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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역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일자리”란 단어만 17번을 언급했다. “더 이상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세우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신이 “가장 위대한 일자리 창출자가 될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머릿속에서는 일자리로 가득 차 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사람이다.
감세로 일자리 만들기…“세수 감소도 크지 않을 것”
미국 에어컨업체 캐리어의 사례는 트럼프 정부가 그 서막을 알리는 신호였다. 지난해말 트럼프 당선인은 인디애나에 있는 캐리어공장을 깜짝 방문해 “일자리 1100개를 지켜냈다”고 발표했다. 캐리어가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려 하자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만류했다는 것. 그렇다고 캐리어도 그냥 눌러앉은 건 아니다. 캐리어 공장이 있던 인디애나주(州) 주지사였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로 옮겨가지 않는 대가로 캐리어 모기업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에 한 70만달러(약 8억2000만달러)씩 10년간 총 700만달러(약 82억원)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본사 인력 300명을 제외하고 멕시코로 가지 않게 된 실제 일자리가 800명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자리 한 개당 정부가 8750달러(약 1000만원)씩 쓴 셈. 퍼주기 아니냐는 논란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일자리 지키기이야말로 대통령다운 일이고 대통령답지 않다고 해도 상관없다”며 비판을 뭉개버렸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 감세정책 역시 일자리 창출에 맞춰져 있다. 현재 최고 35%인 법인세율을 15%로 일괄적으로 낮추고 상속세를 폐지해 10년간 62억달러(약 7조2900억원) 세부담을 줄여주겠다는 파격적 감세계획이다. 세금부담을 크게 덜어줄테니 해외에 쌓여있는 784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본국으로 들여오고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이전시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라는 것.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월가 출신 스티븐 므누신은 “세금 인하를 통해 미국 경제를 연평균 3~4%의 성장궤도로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인프라 투자까지 더해 10년간 25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도 “트럼프의 감세정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세금을 깎아줘 기업 부담이 줄어들면 일자리가 늘고 경제도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점쳤다.
물론 세율을 낮추면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 트럼프 공약대로 감세가 실행되면 향후 10년간 세수가 9조5000억달러(약 1경1167조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심각한 국가부채 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경고다. 하지만 므누신은 고개를 저었다. “법인세 감면으로 줄어드는 재정수입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소득세수 증가로 보충될 것”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잘 돌아가면 모수가 커지기 때문에 실제 세수 감소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고용창출 효과 낮고 근로자만 부담…공화당서도 비판
그럼에도 트럼프 감세정책은 뜨거운 비판의 중심에 놓여 있다.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캐리어는 기업들이 트럼프를 이기는 방법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일자리라는 협상 조건을 내걸면 트럼프 당선인에게 기업친화적인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세금 감면은 기업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뿐 세금 부담은 고스란히 근로자들의 몫으로 남는다고 샌더스 의원은 비판했다. 실제 지난 2004년에도 고용창출법을 시행하면서 해외 자금을 본국으로 들여올 때 세율을 5.25%까지 낮춰줬지만 미국으로 자금을 들여온 기업은 극소수였고 그나마도 대부분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적인 요소 때문에 기업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캐리어는 애초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해 연간 6500만달러(약 764억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10년간 받는 세제 혜택은 사실 1년치 이익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트럼프 정부 눈치 보느라 캐리어가 미국 잔류를 선택했다는 비판이다. 멕시코로 떠나려 했던 포드가 미국에 남기로 한 결정 역시 마찬가지 지적을 받는다. 공화당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제임스 페토코우키스 연구원은 “기업이 소비자와 주주가 아닌 정치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국가경제 활력을 해치는 끔찍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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