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재판부(판사 정우석)는 한국전력(015760)공사를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집단소송에 대한 판결 선고 기일을 오는 22일에서 2주 후인 내달 6일(오전 10시)로 변경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 기일 변경과 함께 선고 장소(서울중앙지법 동관 557호 법정)를 원고 측에 이날 알렸다.
2014년 8월 4일 법무법인 인강이 시민 21명을 대리해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이후 누진제 선고 기일은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로 예정됐던 선고 기일이 2월로 연기됐다. 이후 인사 이동으로 담당 판사가 바뀌었고 9월에서 10월로 선고 기일이 또 늦춰졌다. 10월에 선고되면 42년 전 도입된 누진제의 위법성을 가르는 첫 판결이 된다.
원고 측은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곽상언 변호사는 “변경 사유에 대해선 통지를 받지 못했지만 선한 판결을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디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41.6배 누진율” Vs 한전 “원가 이하”
재판의 쟁점은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이 약관규제법을 위배해 공정성을 잃었는지 여부다. 원고 측은 누진제를 명시한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이 위법하기 때문에 누진제로 얻은 ‘부당이익’ 전기료를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약관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약관규제법(6조)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약관규제법(6조)에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등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규정돼 있다. 원고 측은 피해 분석 결과 실질누진율이 41.6배로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전은 현행 전기공급 약관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적법한 인가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또 전기 사용자의 약 70% 가량(2013년 기준)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3단계 이하의 누진율을 적용받고 있어 과도한 불이익이 없다고 반박했다.
현행 누진제가 전력 수요의 조절,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재화의 적절한 배분 등 전력 공급의 공익성과 수익자부담 원칙의 실현 취지가 있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 수준은 OECD 평균의 약 58%(2014년 기준)에 불과해 오히려 저렴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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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 이외에도 서울중앙지법(3건), 서울남부지법(1건), 광주·대전·부산지법(각 1건) 등에서 한전을 상대로 총 7건의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 신청자는 20일 현재까지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강 측은 지난 19일 9차 소송인단(1105세대)을 구성해 대구지방법원에 소장을 추가로 제출했다.
만약 원고가 승소할 경우 한전은 그동안 누진제로 부당하게 부과한 전기료를 소비자들에게 반환해야 한다. 위법성이 확인된 누진제의 전면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부와 한전 등이 참여하는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는 누진제 개편 시 이번 재판 결과도 검토할 예정이다.
TF 공동위원장인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의 관심이 높은 누진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으로 보고 전체적인 개편안을 검토 중”이라며 “누진제 관련한 법원 판단이 나오면 누진제 개편 시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이르면 11월에 최종적인 누진제 안을 만들어 올겨울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곽 변호사는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국민에게 반납하고 앞으로는 위법한 누진제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탈하지 말라는 게 원고 요구의 핵심”이라며 “나머지 유사 소송도 올해 안에 전부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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