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 모자살인사건…인면수심 범죄 vs 가족 잃은 억울한 가장(종합)

남궁민관 기자I 2020.03.31 17:52:33

범행도구 및 지문, CCTV 등 결정적 증거 없어
피해자 위 속 내용물 통한 사망 추정 시간이 관건
檢 "가족애 결여…살인 소재 영화보며 범행 계획"
피고인 측 "수사 미진해…제3자 범행일수도" 반박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아내와 아들을 죽인 인면수심 행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검찰,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마당에 자백까지 강요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장.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은 범행도구나 지문, 족적, CCTV 등 결정적 증거가 일체 발견 되지 않은 이례적 사건인 만큼, 선고를 앞두고 진행된 결심 절차에서도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주장은 사형과 무죄, 양극으로 갈렸다.

1심 선고를 앞둔 가운데 법원의 판단은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 인정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이데일리DB)


◇사망 추정 시간이 관건 떠오른 이유

검찰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 심리로 진행된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의 결심공판에서 살인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씨(42)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2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해 줄 것을 재판에 요청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 21일 오후 8시 56분에서 22일 오전 1시 35분 사이 서울 관악구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박모씨(41)와 아들(6)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아내와 별거 중이던 조씨는 해당 시간에 사건 현장에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 “22일 오전 1시 35분께 집을 나설 당시 아내와 아들이 모두 살아 있었다”고 주장하며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사건 직후 수사기관은 범행도구, 지문 등 직접적인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고 족적이나 물건이 옮겨지는 등의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이 조씨가 현장에 마지막으로 머문 오전 1시 35분 이전 또는 이후인지가 사건 해결의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사망 시간과 관련 법의학자들의 추정을 두고 양측은 팽팽하게 대립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검안의와 부검의 등 법의학자들이 위 속 내용물을 통해 마지막 식사 후 6시간 이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조씨와 피해자들이 저녁 식사를 한 시간은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로 추정되는 만큼, 조씨가 머문 시간 사망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조씨 측은 “위 내용물에 의한 사망 시간 추정에 대해서는 국내·외 법의학서에서 모두 부정적으로 기재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집에서 나온 오전 1시 35분부터 아침 7시까지 사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 “남편 수상한 행적” vs 변 “수사 기본 이행 못해”

이와 함께 검찰은 이날 조씨의 ‘수상한 행적’들을 일일이 지목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조씨 측은 수사기관의 부실한 수사 탓에 피고인에 대한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뿐더러 오히려 진범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최근 1년간 전화 통화 발신 내역을 살펴보면 아내에게는 106회에 불과했지만,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낸 내연녀에게는 무려 2640여회에 이르고, 누나와의 통화에서 아들의 친자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말하는 등 가족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결여 됐는지 알 수 있다”며 “또 피고인은 경마가 열리는 날마다 경마장을 찾아 하루 100만원 내지 50만원을 탕진하는 등 도박에도 중독돼 사건 당시 계좌 잔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조씨가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 영화 ‘진범’이나 예능방송 ‘도시경찰’ 등을 수차례 다운 받은 점을 주목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현장에 증거가 남지 않은 사건으로, 일반인이 이같이 과감한 범행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피고인의 범행 전 행적을 보면 살인 사건 수사물이나 경찰의 수사기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영상물을 다수 시청했다”고 밝혔다.

조씨 측은 “피고인은 내연관계를 정리 중이었으며 아내와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이는 등 별다른 문제 없었다”며 “경마 역시 지난해 5월에 시작해 금액도 몇 백만원에 지나지 않는 등 도박에 빠졌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강력 사건은 현장감식이 매우 중요한데 다행스럽게도 부엌칼에서 혈흔이, 화장실 세면대에서 제3자의 유전자가 발견됐지만 이에 대해 어떤 수사를 했는지 묻고 싶다”며 “제3자의 출입 가능성에 대한 수사에서도 집 주변에 설치된 3대의 CCTV뿐 아니라 그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해야 했지만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조씨는 “나는 아내와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이 억울함이 풀리고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조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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