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76.18포인트(8.29%) 내린 7484.41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이어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되면서 시장 전반에 매도 압력이 확산했다. 올해 세 번째 서킷 브레이커이자 지난 3월 4일 미국·이란 전쟁 확산 우려로 코스피가 12.06% 급락한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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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급락은 지난주 미국 증시 조정의 충격을 그대로 이어받은 성격이 컸다. 지난 5일 미국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64%, 4.18%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26% 급락했다.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끌어온 반도체와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종이 미국 기술주 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방아쇠는 미국 고용지표였다. 미국 5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 대비 17만 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시장은 이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받아들였고,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웠다. 이에 최근 급등한 반도체와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반도체 업종 불확실성도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브로드컴의 AI 반도체 매출 가이던스가 기대에 못 미친 데 이어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 베라루빈의 SOCAMM D램 탑재 용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AI 서버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도 매도 압력이 이어졌다.
수급 부담도 하락 폭을 키웠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자금이 기존 AI 관련주에서 일부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진 데다, 원·달러 환율이 1550원 부근에서 등락하며 외국인 수급에 부담을 줬다. 신용 잔고와 레버리지 포지션이 늘어난 점도 급락장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AI 반도체 업종은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하며 주요 지수 대비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했고, 국내 증시 역시 반도체 중심의 랠리가 이어지면서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황”이라며 “이번 조정은 새로운 악재라기보다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안고 있던 시장이 조정의 명분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과열 해소 성격…6월 확인 뒤 실적 장세”
다만 증권가에선 이번 급락을 AI·반도체 사이클의 종료 신호로 해석하는 데엔 선을 그었다. 고용지표는 겉으로는 강했지만, 세부적으로는 레저·접객, 지방정부, 헬스케어 등 일부 부문에 증가세가 집중됐다.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서비스 수요와 지방정부 채용 확대가 지표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노이즈도 아직은 업황 둔화보다 기대치 조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로드컴 가이던스 실망과 SOCAMM 용량 조정 우려가 맞물리며 매도세를 키웠지만,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방향성은 2분기 실적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탑재량 조정만으로 AI 투자 사이클 둔화를 단정하긴 이르다”며 “일반 D램과 HBM, AI 가속기 수요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 실적 시즌에서 수주 잔고와 HBM 수익성이 확인되는지가 업종 흐름을 판단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당장 변동성이 잦아들 것으로 보긴 어렵다. 오는 10일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18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스페이스X 상장, MSCI 국가 분류 리뷰 등 확인해야 할 이벤트가 줄지어 있어서다. 금리와 환율, 외국인 수급 변화에 민감한 한국 증시 특성상 이달 중순까지는 지수의 출렁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8%대 급락 구간에서 공포에 휩쓸려 매도에 나설 필요는 크지 않다는 조언이 우세하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경기 침체로 보긴 어렵다”며 “투매보다는 관망을, 이후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낙폭과대 실적주 비중 확대의 시기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달 중순까지는 방어와 선별이, 이후엔 실적 확인이 투자 전략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FOMC 전까지는 내수·가치주와 낙폭과대 실적주가 대안으로 거론되며, 2분기 실적 시즌이 가까워지면 반도체·IT하드웨어·전력기기 등 AI 인프라 실적주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지난 5개월간 AI의 장밋빛 미래를 가격에 당겨 반영했고, 이번 하락은 가장 비싸고 붐볐던 종목들의 멀티플 압축으로 나타난 것”이라면서도 “이익과 마진, 자기자본이익률 등 펀더멘털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추세 하락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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