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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탈탄소에 기여…식물성 고기 넘어 배양육에 돈 몰린다

김예린 기자I 2022.03.29 17:36:31

동물 복지 중요성에 ESG 테마 엮이자 대체육 향한 VC ''러브콜'' 쏟아져
식물성 고기 위주 시장, 배양육으로 확대 중…맛과 식감 한층 밸류업
올해 첫 양산화 움직임도 감지…"관련법과 인허가 체계 마련 시급"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생명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식물성 고기뿐 아니라 배양육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털(VC)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투자시장 핵심 원칙으로 급부상하면서 ‘탈탄소’에 기여하는 대체육 스타트업들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소고기 패티 사진. 사진=이미지투데이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체육에 대한 글로벌 투자시장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삼정KPMG는 전날 배포한 대체식품 투자동향 보고서를 통해 2021년 글로벌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이 식물성 단백질과 세포 배양 단백질 등 대체 단백질 관련해 투자한 금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인 12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체육은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섬유질·효모, 오일 등과 섞어서 만드는 식물성 고기와 동물 줄기세포를 활용해 고기를 만들어내는 배양육으로 나뉜다. 기존 우리나라 대체육 시장은 식물성 고기 위주로 형성됐다. 그러나 식물성 대체육을 판매하는 지구인컴퍼니 등 스타트업 성장과 식품 대기업들의 식물성 고기 제품 출시로 대체육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배양육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인라이트벤처스는 2018년 팡세, 2020년 씨위드에 투자하며 초기부터 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롯데벤처스는 지난해부터 팡세를 비롯해 배양육 스타트업 스페이스에프 등에 투자했고, 대상과 농심, CJ제일제당도 너나 할 것 없이 관련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작년 말과 올해 3월 각각 미국 대체육 스타트업 뉴에이지미츠, 핀레스푸드에 투자하는 등 퓨처푸드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동물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및 식량자원 낭비 규모를 줄이고, 동물 착취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육이 주목받고 있다”며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세계적으로는 육류의 공급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기 때문에 식량자원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생명공학 기술로 단가 내리고 맛 살려”

국내 대표적인 배양육 스타트업으로는 팡세와 씨위드, 스페이스에프 등이 꼽힌다. 그중 팡세는 세포를 재료로 살아 있는 인공 조직을 만들어내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보유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만들어지는 배양육은 작은 세포들이 다진 고기처럼 파편화된 형태가 일반적으로, 이를 미트볼처럼 뭉쳐야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고깃덩어리가 된다. 팡세는 작은 세포들을 3D 바이오프린트 기기에 넣고 배양액을 주입해 큰 덩어리를 만들어내고 내부의 근육 결까지 조절한다. 맛과 식감, 향에 있어 실제 고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식물성 고기의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씨위드의 경우 배양육의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배양육을 만들려면 세포를 추출한 뒤 세포 구조체(세포가 자랄 때 필요한지지 공간) 속에 넣고 배양액을 꾸준히 투여해야 하는데, 배양액은 굉장히 비싸고 투입 대비 만들어낼 수 있는 고기의 양이 매우 적다. 씨위드는 해조류를 이용해 세포를 배양하는 구조체와 배양액을 만들어서 배양육 생산비용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양산 움직임 가시화…관련법 마련은 숙제

올해는 팡세가 우리나라 업계 최초로 대체육 양산화에 나선다. 장치와 배양기 등을 직접 설계해 개발해온 만큼 줄기세포 획득부터 증식, 분화 등 전반에 필요한 양산 설비를 자체적으로 갖춘다는 계획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공간 확보에 나선다. 현재 주요 대기업과 제품 개발 협업을 위해 논의 중이다.

이성준 팡세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기술은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수준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생산해서 특정 집단을 상대로 시식회를 열거나 허가 아래 소규모로 판매해보려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하반기 투자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법 부재는 대체육 시장의 확대를 위한 주요 과제로 꼽힌다. 배양육 관련법이나 식품 인허가 체계가 없어서 생산·판매는 불가능하고, 제한적으로 시식만 할 수 있다. 그러나 먼 미래에는 배양육 개발이 도축의 대체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국내 기술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인체 무해 여부 등 안정성 판단 기준과 관련법, 인허가 체계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성준 대표는 “(우리 업체의 경우) 배양육의 안전성을 검증할 자료들도 확보해뒀지만 먹는 사람은 우려할 수 있다”며 “먹어보니 맛이 괜찮고 이상이 없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려면 대중적 시식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양산화에 돌입하려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VC업계 다른 관계자는 “배양육의 단가를 낮출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며 “낱알처럼 부서져서 나오는 지금의 배양육을 어떻게 스테이크 고기처럼 만들어내느냐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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