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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김보경 기자]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데 시민 참여가 중요합니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전국적인 차량 2부제를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초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와 검토는 하고 있지만 법적 책임이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만 불편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반감이 있는데다 차량 2부제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한다는 문제 제기가 많아 정부 입장에선 판단하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지만 이제는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 장관은 이날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으로 인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법안으로 미세먼지가 고농도 때는 본래 자연재난으로 서울시에선 조례로 해석하다가 자연재난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사회재난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아직 통과는 안 됐으나 법안이 제정되면 재난에 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여러가지 비상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어 지금보다 강도와 강제력이 높은 비상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노후차량 단속에도 1분에 두대꼴 적발
지난달 15일부터 미세먼지특별법이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각종 대책에도 미세먼지는 더 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해서도 오는 6월부터 차량 운행제한 조치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평일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단행되면 현재 서울에선 발령기간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이 제한되는데 이 조치가 상반기 내로 전국에 전면 확대 실시된다.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 후 첫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22일에는 총 8627대가 적발됐다. 일주일 전보다 21.2% 감소한 수치다. 오염저감장치 부착 차량이 늘고 운행 제한에 동참하는 차량이 늘면서 적발 차량 역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닷새째인 5일 서울시는 분당 2대꼴로 노후차량을 단속했다. 하루 여러 차례 단속에 걸려도 한 번만 과태료가 부과돼 생계를 위한 노후 경유차량들이 그대로 서울시로 진입하는 등 특별법 실효성에 논란이 제기된다.
5등급 차량 단속은 앞으로 더 강화된다. 서울시는 오는 6월1일부터는 단속 대상을 중량에 상관없이 전국에 등록된 5등급 차량 전체(245만대)로 확대한다. 전국 등록 차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반기부터는 도심 사대문 안 녹색 교통진흥지역에서 5등급 차량 운행이 상시 제한된다.
다만 저공해 조치를 이행한 차량은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문제는 비용이다. 저감장치(DPF)의 경우 지난 2005년 이전에 제조된 2.5t 이상 차량만 부착 비용의 90%를 지원한다. 본인 부담은 10%에 불과하다고는 하나 총 비용이 370만~10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돈은 최소 37만원 이상이다.
◇ 경제활동 영향 받아…중국에도 할 말해야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석탄화력발전소 출력 상한이 80%로 제한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부터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소에 대한 봄철(3~6월) 가동을 아예 중지했다. 노후 석탄발전에 대한 봄철 가동중지에 따라 보령 1·2(충남) 및 삼천포 5·6(경남) 등 4기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은 민간 부문까지 자발적으로 조업시간이나 가동률을 줄이는 것을 추가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우리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카드뮴, 납, 니켈, 크롬 등의 중금속 성분까지 포함한 중국발(發) 스모그로 서쪽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자 고강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조 장관은 “중국도 미세먼지가 심각하기 때문에 장관이 굉장히 많은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시인하고 있다”고 중국 측 분위기를 전했다. 조 장관은 “양국이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저감을 위한 공동노력을 단순한 협약이 아니라 실천 방안을 강구하기로 구체적 합의한 만큼 정부는 이행을 위한 후속과제를 적극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휴업카드 못 쓰는 미세먼지특별법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으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지자체장이 학교 휴업을 권고할 수 있고 교육감과 학교장이 이 권고를 받아들이면 휴업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각급 교육청이 신학기·학사일정 등을 고려해 휴업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휴업카드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미세먼지특별법 마련 당시에도 제기됐다. 당초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휴업 권고가 가능하도록 하려 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학사일정 등을 고려해 무조건 휴업을 권고할 수 없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경보’ 수준이 돼야만 권고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이 마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어 휴업은 협의가 필요한데 학사일정 등 교육청에서도 보수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휴업 권고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