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폐점시 대량 실업" 커지는 '홈플 구조조정' 우려…MBK 속내는

한전진 기자I 2025.03.19 17:47:24

MBK "매장 매각·폐점 계획없다" 구조조정 일축
업계선 "회생안에 점포 매각 등 방안 담길 것"
''회생절차''는 부동산 자산 매각 명분 얻기 수단
매장 한개 폐점시 150~200명 대량 실업 우려
"김병주 MBK 회장 사재털어 사태 수습해야"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의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주주 MBK는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사실상 남은 선택지는 점포 매각·폐점밖에 남지 않아서다. 구조조정 내용으로 알려진 문건이 도는 등 이상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점포 매각과 폐점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특히 점포가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경우 직원들의 대체 일자리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큰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노조와 정치권에서는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조조정 계획 없다”는 MBK, 과연 ‘말’ 지킬까

19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잇따르는 대규모 구조조정설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14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회생계획안에 점포 폐점과 매각을 넣는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기업회생신청 이후로는 자체적으로 점포를 효율화하거나 구조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도 “구조조정이 없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회생 계획안에 점포 매각 등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금융 부채가 2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없이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탓이다. 실적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홈플러스의 영업손실은 △2021년 1335억 △2022년 2601억원 △2023년 1994억원 △2024년 2004억원을 기록 중이다. SSM(기업형 슈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은 인수 후보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점포 매각이라는 ‘초강수’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MBK는 홈플러스 회생 신청 이후 4개 점포 추가 매각, 16개 점포 폐점 등을 골자로 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19개 점포의 고정비를 절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6월 법원에 제출할 회생 계획안에 담길 예정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검토한 바 없는 문건’이라고 반박했지만 회생안 제출 기일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신빙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에서는 애초 MBK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기업회생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MBK는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 매각을 추진하려 했지만 매번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왔다. 기업회생을 통하면 자산 매각 명분을 쥘 수 있다. 법원의 지시로 변제를 위해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어서다. 특히 기업회생 절차는 통상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을 중심으로 변제 계획이 세워진다. 이번 홈플러스의 관리인은 김광일 MBK 부회장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연합뉴스)
◇커지는 직원 우려…“김병주 회장 사재로 해결해야”

홈플러스 직원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매각 점포가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용도로 개발되면 직원들의 고용 승계는 거의 불가능해서다. 대형마트는 크기가 큰 탓에 마트 이외의 용도로 팔기는 어려운데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홈플러스 점포에 탐을 내는 상황이 아니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과거 폐점 직원 대부분이 타 지점 재배치를 받지 못하고 퇴직을 강요받았다”며 “현재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2015년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점포를 줄인 대형마트다. 지난 2014년 140개에 달했던 홈플러스 점포 수는 지난해 127개로 13개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점포 수가 각각 4개 증가, 3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직원수도 급감하는 추세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소속 직원과 외주업체 인력을 포함 2015년 3만 4589명으로 나타났지만 2024년에는 2만 3203명으로 1만 1386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 매각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면 사회적 파장은 클 전망이다. 대형마트 하나가 문을 닫으면 직접고용 인력부터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수백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 한 개 점포에 직접 고용된 인원은 평균 150명에서 200명 사이로 추산된다. 특히 대형마트는 재취업이 힘든 중장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은 분야다.

이뿐만 아니다. 매장 관련 협력업체(청소, 보안, 물류, 납품업체) 역시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인근 지역 상권의 타격도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 매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월 롯데마트 도봉점과 12월 구로점이 폐점한 이후 반경 2㎞ 주변 상권 매출액이 5.3%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와 정치권에선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2023년 기준 김 회장의 재산은 12조 8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를 빠르게 안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우철 홈플러스 노조 위원장은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1조원의 투자 약속도 이행하지 않고 엑시트에만 골몰해 회사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김 회장이 경영 실패를 인정하고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사재 출연과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