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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남기 총리의 생각과 달리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암호화폐의 매입 원가를 파악하는 문제다. 암호화폐는 거래소에서 구매하는 방법 외에도 취득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다. 가령 에어드롭을 통해서나 채굴을 해 얻을 수도 있다. 출석체크, 설문 조사 등 앱 내 활동을 통해 암호화폐를 리워드로 주는 경우도 많다.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암호화폐를 옮기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매매 차익에 세금을 매기려면 매입 원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면이 있는 데도 국세청은 취득 원가를 알기 어려우면 ‘0원’으로 처리하라고 퉁치려는 모양새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커스터디 등으로 취득한 코인은 개념적으론 배당 소득 내지 이자소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매매로 취득한 암호화폐와는 분리 과세를 하거나 과세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들 역시 고민이 크다. “모호한 부분이 많다보니 과세 시스템을 구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가치가 없는 존재로 여기면서 매매 차익에 세금은 부과한다는 투자자들의 비판도 크다.
해외는 어떨까. 미국은 ‘개미’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인프라법’을 통해 암호화폐 브로커를 대상으로만 과세를 하는 걸로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아직 명확치는 않지만, 브로커의 범위에는 대형 거래소 등이 속할 뿐 적어도 개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은 2018년부터 개인들에게 과세를 시작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아 유야무야되자 징수 대상을 브로커에 집중시킨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시장, 현장 상황을 너무 모른다”고 지적한다. 한 거래소 대표는 “가상자산을 컨트롤하고 관리하려는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도 해보고 해야 알텐데 못하지 않나”며 “그러다 보니 ‘경험 없는 정책’들이 더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암호화폐의 다양한 취득 방법에 따른 소득 구분, 매입 원가 산정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부터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