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후 처음으로 단행한 인사를 통해 53세 이정배 부사장과 56세 최시영 부사장을 각각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메모리나 파운드리 실적이 양호한데도 수장을 교체한 것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기술력 초격차 유지를 위해 차세대 주자의 전진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사장단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56세로 작년과 같지만, 전체 사장단 평균연령은 58세로 종전(59세)보다 한 살 젊어졌다. 임원 승진자는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등 총 214명에 달했다. 그만큼 임원진의 세대교체가 많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대대적인 쇄신을 택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최측근인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한 반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 육성을 위한 기술 인재들을 대거 발탁해 핵심 요직을 맡겼다. 1978년생인 현동진 로보틱스랩장를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세대교체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수년간 주요 계열사 수장을 차세대 리더로 교체하며 세대교체를 추진해 왔다. 올해는 핵심 계열사 수장들을 계속 신임한 대신 1974년생인 추형욱 (주)SK 투자1센터장을 SK E&S 사장으로 발탁하는 등 젊은 인재 발굴에 신경을 썼다. 40대 총수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젊은 인재를 대거 기용했다. 지난해보다 18명 늘어난 124명의 임원을 신규 선임했는데, 이 가운데 45세 이하가 24명에 달했다. 1980년대생 신임 임원도 3명 발탁했다. 이로써 신규 임원 가운데 1970년 이후 출생 비중은 지난해 57%에서 올해 70%로 크게 높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10년 전 64세였던 4대 그룹 총수의 평균 연령이 지금은 51세다. 젊은 리더들이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연말 인사를 통해 젊은 피 수혈을 마친 기업들이 내년에도 지속될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