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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도 건의 검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모든 국민이 가장 빨리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며 야당에 긴급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코로나19에 대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총선 직후인 오는 16일 임시국회를 열고 추경안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의 성패는 속도에 달렸다”며 야당이 동의한다면 대통령에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을 건의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 제76조에 근거한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회의 승인 없이 재정·경제적으로 필요한 명령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발동 시기가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로 한정돼 위헌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 발동한 게 유일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와 관련,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은 이럴 때 발동해야하는 것”이라고 동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임박한 만큼 국회의 승인 없는 재정 명령도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여권이 법리적 분쟁 여지가 있는 긴급재정명령까지 언급하며 서두르는 건 야당 지도부가 물꼬를 터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확대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원 마련 오락가락… 靑 “여야와 심도 논의”
다만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각 당의 입장이 갈린다. 국민 1인당 50만원씩 일주일 이내 지급을 제시했던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512조원 예산 중 20%만 조정하면 100조원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4인 가구 기준 200만원(1인당 50만 원)의 현금 지급을 제안한 민생당은 한국은행 발권력 동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여야 움직임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전 국민에 기본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은 악성 포퓰리즘”이라면서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유 의원은 “국가 재원은 세금과 국채 발행으로 인한 빚으로 생성된다”며 “코로나 경제공황이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급해도 원칙을 세워서 한정된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여야의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확대 지급 주장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는 여야와 심도있는 논의를 거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빠른 지급을 위한 추경안 제출을 서두르되 긴급성·형평성·국가재정 여력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청와대의 입장은 여야 요구에 수용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뜨거워진 긴급 재난지원금 논쟁은 총선 이후 정리될 전망이다. 총선이 임박한 만큼 당정청 논의가 어려운데다 기획재정부 역시 여야의 확대 지급 주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야권 역시 정리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이 끝난 후 여야가 합의에 도달하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재정당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