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반대 82표, 찬성 75표로 부결됐다. 전날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극적으로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당연히 통과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생당 일부에서 반대표가 나오면서 결과가 뒤집어졌다.
어렵사리 법사위 통과했는데..본회의서 부결 ‘충격’
미래통합당 김종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결격 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빼는 게 핵심이다. 올해 초 정보통신기업(ICT)기업의 경우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발효됐다. 하지만, KT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 발목을 잡았다.
KT는 대규모 장치산업이 많은 ICT 특성상 짬짜미를 비롯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산업 특성을 고려해달라는 주장을 줄곧 펴왔다. 그런 KT의 입장이 반영된 게 이번 개정안이다. 실제로 네이버를 포함한 여러 ICT기업들도 인터넷은행 도전을 외면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여전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은행은 혁신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 불법 기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든 법이 아니다”라며 “공정거래법 삭제하기로 하는 것은 KT(케이티)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민생당 채이배 의원 등도 반대 의견에 힘을 보탰다. 법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한때 본회의가 정회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사과와 특례법을 다음 회기에 처리하는 조건으로 6일 본회의에 합의했다.
이번 회기 특례법 개정안이 불발되면서 KT는 당분간 케이뱅크 대주주에 오를 수 없게 됐다.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탓에 5년간 금융당국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위기도 지속할 전망이다. KT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없게 돼서다. 케이뱅크는 증자를 하지 못해 이미 곳간이 비었고, 지난 1년간 신규대출을 막아놓아 사실상 식물은행 상태다. 대출중단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액은 635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란 상황이 지속한다면 케이뱅크는 말라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플랜B 찾지만…뽀족한 수 안 보여
케이뱅크는 ‘플랜B’를 고심 중이다. 우선 KT와 우리은행, NH증권을 포함한 주요 주주를 중심으로 증자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주인인 KT가 지분을 10% 이상 늘릴 수 없어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다른 대주주들도 KT의 희생 없이 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증자는 주주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협의 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제3의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법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DGB금융이 케이뱅크 지분참여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인터넷뱅킹 시장 경쟁이 격화하고 핀테크까지 대거 들어온 만큼 사업의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자회사를 동원한 증자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카카오뱅크의 2대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한투증권 대신 손자회사인 한국밸류를 활용했던 방법이다. 공정거래법을 어겨 결격사유가 있는 KT를 대신해 KT의 자회사 가운데 한 곳이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이 방법 역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우회하는 꼼수라는 비판이 불가피해 KT나 금융당국 모두 부담이다.
당장 케이뱅크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사실상 내정된 이문환 전 BC카드 대표는 시작부터 커다란 숙제를 떠안게 됐다. 지난 2017년부터 2년간 BC카드를 이끌어왔던 그는 개정안이 통과된 뒤 증자를 통해 제2의 도약을 그리려던 계획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어서다.
KT의 한 임원은 “그동안 대출을 할 수 없다는 건 은행이 아니었다는 의미”라면서 “카카오뱅크에 너무 뒤쳐져 따라 잡는 게 목표이지만 일단 살아 있다는 걸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주사와 협의해 증자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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