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김도년 김상윤 기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위험성을 지난해 10월 4조2000억원 규모 유동성을 지원하기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분식회계로 확정된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를 의심할 만한 증거가 있던 상황에서 수조원의 유동성 지원이 이뤄진 것이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에 그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즉각적인 회사의 손실이 왔을 것이다. 당시에는 그렇게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명확히 분식회계란 사실을 알고 지원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긴 했지만, 유 부총리 발언은 정부가 위험신호를 인지하고도 수조원대의 부실 지원을 했다는 점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대우조선이 부도나면 산은이 13조원의 손실을 한꺼번에 떠안아야 해 이를 방지하려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삼정KPMG 실사 당시 추정한 예상 수주액이 결과적으로는 잘못됐다는 점도 시인했다. 그는 “당시 삼정회계법인과 클락슨 등 전문기관의 의견을 토대로 예측한 올해 예상 수주액이 115억달러였으나 실제 수주액은 10억달러에 그치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또 향후 구조조정과 관련해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국민 혈세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려면 원칙이 있어야 한다”면서 “대기업이라도 부실이 많으면 국민 혈세로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간 기업 구조조정이 정치권의 입김에 휩쓸려 원칙과 현실을 오락가락하면서 실패로 이어지는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진해운 발(發) 물류대란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추가 ‘돈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정부가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에서도 “한진해운 물류난과 관련해 화주들이 입은 피해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정부가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한진해운이 담보를 제공한다면 이를 기준으로 채권단이 돈을 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물류대란 해결을 넘어 한진해운의 회생에 방점을 두고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진해운을 회생시킬지 청산할지는) 법원이 결정할 문제다”고 선을 그으면서 “더 큰 덩치는 조선업 구조조정이다”며 향후 조선업 구조조정에 집중할 것을 시사했다. 정부는 9월말까지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