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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日 CVC, 한국 기술에 베팅…“해외 전제·속도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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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기자I 2025.11.10 18:36:14

올해 투자 5건·930억…의료·제조·유통서 수요 집중
SW 투자·DX 인력난 겹치며 외부 기술 의존 확대
해외 설계·빠른 제품화 역량이 경쟁력으로 부각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일본 기업이 국내 테크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일본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나, 솔루션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빠른 제품화 역량을 가진 한국 기업이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일본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참여한 국내 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투자는 5건으로, 약 930억원 규모다.

일본 기업들이 국내 스타트업에 눈을 돌리는 데에는 자국 내 신규 기술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현실적 요인이 있다. 일본은 정보기술(IT) 예산이 하드웨어·내부 시스템에 치우쳐 소프트웨어·서비스 투자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여기에 디지털 인력 부족도 겹치며 외부 기술 의존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역시 디지털 전환(DX) 수요를 더 키우고 있다. 의료·돌봄 인프라는 수요에 비해 발전이 더딘 상태로 머물러 있으며, 제조·의료·유통 현장에서도 인력 공백이 이어지고 있어 고나련 솔루션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본은 내수만으로 사업이 유지되는 시장 규모가 크다 보니 로컬 창업자들의 해외 확장 의지가 높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로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경쟁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제품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제조·유통 현장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솔루션을 스스로 공급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은 초기부터 해외 매출을 전제로 제품을 설계하고, 고객 요구에 따라 기능을 빠르게 손보는 역량이 강점으로 꼽힌다. 일본 기업의 단계적 검증·도입 관행과 맞물려 수요 공백을 메우는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의료·돌봄 분야는 일본에서 외부 기술 수요가 가장 뚜렷한 영역으로 꼽힌다. 국내 심혈관 모니터링 웨어러블 개발 기업 스카이랩스(SkyLabs)는 이달 오므론 그룹의 벤처캐피털 오므론 벤처스의 투자를 유치했다. 오므론 벤처스는 글로벌 혈압계 시장 선두주자인 오므론헬스케어의 CVC로, 양사는 향후 현지에서 임상·기기 사양 검토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K브랜드 진입이 늘면서 소비재·뷰티 영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AI기반 크로스보더 커머스 스타트업 사조(SAzO)는 지난 9월 일본우정사업청 산하 벤처캐피탈인 일본우정캐피탈, 일본 유통 대기업 스즈오, 폴라오르비스 등으로부터 7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콘텐츠·팬덤 영역에서도 관심이 이어진다.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솔루션 비스테이지(b. stage)는 지난 9월 브릭스 펀드 도쿄로부터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브릭스 펀드 도쿄는 미츠비시 부동산의 CVC 펀드로, 비스테이지는 해당 투자 이후 현지 공연·기획사와의 협업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제조·물류 현장 역시 인력난과 노후 인프라로 자동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제조·정밀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RLWRLD) 지난 4월 KDDI·ANA·미쓰이케미컬스·시마즈 등으로부터 21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수작업·부분 자동화 중심 프로세스를 데이터 기반으로 고도화하려는 현지 수요가 맞물렸다는 평가다.

국내 VC 관계자는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일본 내부에서만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미 검증된 외부 솔루션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한국 기업은 제품화 속도가 빠르고 적용 범위가 분명해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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