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청문회 불출석..헌법 위반인가, 수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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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9.30 17:53:02

■법 조문으로 보는 팩트체크(1)
대법원장 '사법독립 침해' 이유로 청문회 불응
"소환 자체가 위헌" vs "절차 의혹 해명해야"
민주당, 불응시 고발·국감 이석 불허 등 검토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에 불러냈지만 조 대법원장은 “사법독립 침해”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헌법 제103조와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을 근거로 한 대법원장의 불출석에 대해 헌법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쟁점: 청문회 소환 vs 사법독립

민주당은 지난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사법쿠데타’로 규정하고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를 통해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합의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며 네 개의 법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헌법 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법원조직법 65조는 ‘심판의 합의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국정감사법 8조는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감사나 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회법 37조는 국회 법사위 소관을 ‘사법행정’에 한정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① “청문회 소환 자체가 위헌”

황도수 건국대 법전원 교수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의 황도수(사법연수원 18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 등을) 법적으로 불러낼 수가 없다”며 “사법권 독립 침해”라고 단언했다.

황 교수는 “권력분립의 핵심은 사법권 독립”이라며 “견제와 균형은 헌법에 명시된 방법으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관의 정년을 법률로 정한다든지, 법원 조직을 법률로 정한다든지 하는 것은 헌법에 써 있으니 가능하지만 사법권 행사에 대해서는 간섭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회가 만든 법률이라도 권력분립 원리에 위반되면 위헌”이라며 “대법원장을 청문회에 불러내는 것 자체가 헌법에 없는 견제 수단을 임의로 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사법권 행사의 잘못은 1·2·3심 심급제도로 교정하도록 돼 있다”며 “만약 법관이 형사적 범죄를 저질렀다면 탄핵이나 법관 징계로 대응해야 한다. 그 외의 방법으로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권력분립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의견② “진행 중인 재판 개입 목적, 명백한 위법”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헌재 헌법연구위원을 지낸 차진아(31기)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이번 청문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위헌·위법 행위”라고 평가했다. 차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되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라며 “국정감사법 8조는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의 국감·조사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청문회의 법적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국회법상 공청회는 ‘안건 심의’ 또는 ‘국정감사·조사’를 위해서만 열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국감이 진행 중인 것도 아니고 심의할 안건도 명확하지 않다”며 “대선개입 의혹 자체가 지난 5월 1일 판결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니 ‘재판이 잘못됐다’고 성토하기 위한 것 아니냐. 청문회 목적 자체가 재판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선출된 권력(입법부)이 선출 안 된 권력(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주장은 나치 전체주의나 의회집중제(공산주의 독재 방식)와 같다”며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의견③ “소환 자체가 사법독립 침해의 시작”

김승대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현)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역임한 김승대(13기)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이번 청문회의 실제 목적이 “탄핵 소추를 위한 위증 유도”라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판사가 재판을 했는데 국회 다수세력이 결과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러서 ‘왜 그렇게 재판했느냐’고 추궁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 침해”라며 “판사는 판결문으로 재판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지, 국회에서 말로 해명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판사를 불러내 추궁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입법부나 행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재판을 했다고 해서 국회에 불러내 말을 시키고 증언을 강요하면 판사들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사법부는 권력의 비호를 받지 못하는 소수를 헌법과 법률로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식으로 압박하면 그 역할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 등을 청문회에 소환하는 자체부터 이미 사법권 독립 침해가 시작된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모든 재판이 중지된 상태에서 굳이 이런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 의견④ “절차적 의혹 해명이 목적, 사법독립과 무관”

임지봉 서강대 법전원 교수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임지봉 서강대 법전원 교수는 이번 청문회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정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먼저 사법권 독립의 개념부터 재정의했다. 그는 “헌법 제103조의 사법권 독립은 ‘사법부 독립’이 아니라 재판에 있어서 ‘법관의 독립’을 의미한다”며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민을 위한 수단적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문회가 묻는 것은 재판 내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국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파기환송 판결의 상세한 재판 내용이나 합의 과정이 아니라 ‘절차적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는 △사건 배당 전 대법관들의 재판 기록 열람 의혹 △소부 회부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 회부 △이틀 간격 두 번 심리 후 9일 만의 판결 같은 이례적 절차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러한 절차 해명이 합의 비공개나 재판 관여 금지 조항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대법원이 먼저 설명해야 한다”며 “대법원의 제일 큰 문제는 국민들이 계속 묻는데 ‘사법부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구실로 침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일 만의 초고속 상고심 판결의 이례성을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것이 혹시 헌법 제24조가 보장하는 국민의 선거권을 침해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만약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사법부에 의한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법원장 출석 요구 가능”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회법 제121조 5항이 ‘특정 사안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대법원장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출석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견서가 아닌 법률이 정한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것은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계속 불응할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거나, 대법원 현장검증을 실시하거나 10월 국감에서 관례적으로 허용되던 ‘이석’을 불허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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