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대한 노동조합의 ‘낙하산 인사’ 주장에 대해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일축했다. 12일째 윤종원 행장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가는 노조에 대해 문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은 정부 출자 국책은행으로 공공기관과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기업은행 상황에 대해 입장을 나타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3%를 가진 국책은행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 행장은 지난 2일 청와대에 의해 임명된 이후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14일 현재까지 서울 을지로 본점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노조를 향해 “내부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판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노조(에서 희망하는) 분도 다음에 발탁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더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이 해야 할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활발히 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보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행장이 은행업무 경험이 없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노조의 주장도 받아쳤다. 문 대통령은 “윤 행장은 경제금융 분야에 종사해왔고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에 이어 우리 정부에선 경제수석을 했다”며 “경력 측면에서 미달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노조와 기업은행 현안 전반에 대해 대화를 하자며 손을 내밀고 있지만 노조는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공식사과와 낙하산 인사 재발방지 약속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노조의 대외적인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낙하산 반대가 어찌 내부 행장 요구인가”라면서 “사태 해결은 대통령이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투명하고 공정한 임명절차를 바랬다. 자율경영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이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윤 행장에게 강력히 힘을 실어주며 노조의 요구를 명확히 거부한 만큼 노조가 향후 투쟁동력을 계속 확보하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쟁 장기화로 기업은행 부행장들과 계열사 최고경영자들, 일반 실무직원 인사가 기약 없이 늦어지는 점도 노조의 부담이다. 전날 노조의 대토론회를 계기로 출구전략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토론회에선 직원들이 노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도 실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윤 행장은 전날 취임 후 처음으로 임원들과 공식 경영회의를 진행했다. 행장으로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윤 행장은 현재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