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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반지 가게 `텅`, 골드바 매장은 `활황`…천장 뚫은 금값에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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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 기자I 2025.10.16 18:10:29

최근 금값 치솟자 금 1돈에 86만원 육박
골드바 매장은 북새통, 예물 전문 매장은 썰렁
금값 추가 상승 기대에 판매하려는 손님 발길도 뜸해
전문가들 "양극화 현상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모르는 사람들은 금값이 올랐다고 하면 금은방이 떼돈 버는 걸로 아는데 그게 아니에요. 다들 골드바만 찾고 예물이나 돌반지는 팔리지도 않아요.”

16일 정오. 서울 종로구 귀금속 상가 매장에서 만난 정경채(78)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상가 안에는 15개의 매장이 영업 중이었지만 손님은 다섯 명에 불과했다. 정씨는 “1돈(3.75g)짜리 돌반지가 80만원을 훌쩍 넘는데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며 “IMF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찾은 인근의 한 금 거래소. 골드바 주문 제작과 금 제품 매입을 주력으로 하는 이곳은 쉴새 없이 울리는 문의 전화에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이곳의 직원은 “지난 한 달 동안 골드바 구매· 교환 문의가 지난해 대비 300% 늘었다”며 “지금 골드바를 주문하더라도 물량이 없어 최소 열흘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는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모니터에 금 판매 가격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금값이 끝없이 오르는 ‘골드 랠리’가 계속되면서 종로 귀금속 거리 상인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금값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타고 골드바 같은 투자용 금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비싼 금값 탓에 돌반지나 예물 같은 사치재 수요는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표준금거래소 시세를 보면 16일 기준 금 한 돈 매입가는 약 86만원 선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지정학적 갈등 고조, 재정 불안 등의 이유로 안전 자산인 금값이 1년 새 70%가량 올랐다.

같은 날 귀금속 상가에서는 금 1돈짜리 돌반지가 대부분 86~88만원 선에서 팔리고 있었다. 예물용 귀금속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의 대표 A씨(62)는 “보통 금반지 하나 팔면 세공 업체에 공임비의 80%를 지급하고 우리에게는 5000원~1만 원의 마진이 남는다”며 “요새는 비싼 금값 탓에 돌반지는 물론 예물용 반지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귀금속 거리 상인들은 앞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에 금을 판매하기 위해 가게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해졌다고 토로한다. 20년간 귀금속 매장을 운영해 온 B씨는 “올 4월까지만 해도 금을 판매하려는 손님들이 꽤 있어서, 이를 매입한 뒤 세공 업체에 맡겨 소형 골드바나 금 거북이를 만들어 팔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없다”고 했다. B씨는 “금 시세를 물어보는 손님들은 있지만 실제 판매나 매입으로 이어지는 건 10%도 안 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반면 골드바 제작과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은 활황이다. 한 금거래소 관계자는 “1kg 골드바 구매는 3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요즘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콩알금이나 1돈짜리 미니 골드바 주문이 늘고 있어 이것도 예약 대기를 걸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높아진 금값에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커플링을 제작하기 위해 귀금속 상가를 찾은 20대 커플은 “18k 반지는 70만원을 훌쩍 넘고 14k 반지도 50만원 이상이라 부담된다”며 “은반지로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발길을 돌렸다. 집에 보관하고 있던 금목걸이와 금반지 등을 판매하고자 매장을 찾은 한 중년 여성은 “어제 시세를 확인했을 때는 금 한 돈에 81만원이었는데 하루 새 82만원으로 올랐다”며 “금값이 더 오를지도 모르니 다음에 팔아야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온현성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소장은 “금 시세가 천천히 오른다면 주얼리 산업에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50%씩 가격이 상승하면 주얼리 제조업체나 소비자에게는 아주 큰 부담”이라며 “투자 수요만 높은 지금의 현상은 주얼리 업체 입장에선 굉장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 소장은 또 지금 국내 금 시장이 품귀현상에 시달리고 있음을 강조하며 “투자 수요가 높은 지금의 상황이 올 연말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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