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오. 서울 종로구 귀금속 상가 매장에서 만난 정경채(78)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상가 안에는 15개의 매장이 영업 중이었지만 손님은 다섯 명에 불과했다. 정씨는 “1돈(3.75g)짜리 돌반지가 80만원을 훌쩍 넘는데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며 “IMF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찾은 인근의 한 금 거래소. 골드바 주문 제작과 금 제품 매입을 주력으로 하는 이곳은 쉴새 없이 울리는 문의 전화에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이곳의 직원은 “지난 한 달 동안 골드바 구매· 교환 문의가 지난해 대비 300% 늘었다”며 “지금 골드바를 주문하더라도 물량이 없어 최소 열흘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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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귀금속 상가에서는 금 1돈짜리 돌반지가 대부분 86~88만원 선에서 팔리고 있었다. 예물용 귀금속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의 대표 A씨(62)는 “보통 금반지 하나 팔면 세공 업체에 공임비의 80%를 지급하고 우리에게는 5000원~1만 원의 마진이 남는다”며 “요새는 비싼 금값 탓에 돌반지는 물론 예물용 반지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귀금속 거리 상인들은 앞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에 금을 판매하기 위해 가게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해졌다고 토로한다. 20년간 귀금속 매장을 운영해 온 B씨는 “올 4월까지만 해도 금을 판매하려는 손님들이 꽤 있어서, 이를 매입한 뒤 세공 업체에 맡겨 소형 골드바나 금 거북이를 만들어 팔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없다”고 했다. B씨는 “금 시세를 물어보는 손님들은 있지만 실제 판매나 매입으로 이어지는 건 10%도 안 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반면 골드바 제작과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은 활황이다. 한 금거래소 관계자는 “1kg 골드바 구매는 3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요즘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콩알금이나 1돈짜리 미니 골드바 주문이 늘고 있어 이것도 예약 대기를 걸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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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온현성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소장은 “금 시세가 천천히 오른다면 주얼리 산업에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50%씩 가격이 상승하면 주얼리 제조업체나 소비자에게는 아주 큰 부담”이라며 “투자 수요만 높은 지금의 현상은 주얼리 업체 입장에선 굉장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 소장은 또 지금 국내 금 시장이 품귀현상에 시달리고 있음을 강조하며 “투자 수요가 높은 지금의 상황이 올 연말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