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檢 지휘권 없애고 警에 종결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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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기자I 2020.01.13 20:03:34

66년 만에 바뀌는 검-경 관계
검사의 수사지휘권 사라져…
경찰 수사단계서 불송치 결정도
`상하 복종→수평적 협력` 대전환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지난달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상태에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숨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 출신 검찰수사관의 휴대전화를 경찰로부터 압수했다. 이에 발끈한 경찰은 검찰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역(逆)신청하는 진풍경을 벌였다. 영장 청구권을 쥐고 있는 검찰이 기각하자 재차 역신청했고 또다시 기각됐다.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안들이 동시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런 볼썽 사나운 갈등은 다소 해소될 수 있다. 이 개정안에는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의 영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경찰은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수사권 조정안 처리로 향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檢 수사지휘권 없애고 警에 수사종결권…수평적 협조와 견제

이번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라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제195조가 신설됐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를 상하 복종이 아닌 수평적 협조로 새롭게 정립하면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없앴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불기소 의견 사건에 대해 경찰에게도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는데,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지기는 1954년 형소법 제정 이후 66년 만이다.

형소법 제245조의5는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한다`고 규정해 불기소 의견 사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체 검찰 송치 사건의 40% 가량이 경찰 수사단계에서 자체 종결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약 49만건으로 당사자만 63만명에 달한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의 송치 의견이 검찰에서 변경된 인원은 해마다 4만명 수준으로, 경찰 불기소 의견 사건을 기소한 인원도 4000명에 이른다”며 “경찰의 송치 의견 시정을 통한 국민 권익 보호에 곤란이 초래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檢 직접수사 대폭 축소…보완수사·시정요구로 警수사 검증

다만 이를 감안해 수사지휘 폐지 보완책으로 검사의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 요구를 도입했다. 같은 법 제197조의2에 따라 검찰이 보완 수사나 시정 조처 또는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징계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검·경의 수평적 협력관계 도입에 공감하면서도 수사지휘가 폐지돼도 경찰 수사에 대한 실효적 사법통제는 필요하다는 검찰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정당성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이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 실효성이 없으므로 `정당한 이유`를 삭제하자는 당초 대검찰청이 제시한 수정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 경찰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수사과정에서 인권 침해·수사권 남용이 있는 경우 검사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새로 들어간 점을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진정한 수사구조 개혁이라기보다는 `수사-기소 분리`를 향한 과도기적 안이라 할 수 있다”며 “수사지휘 대신 10여 개의 통제장치가 들어오고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은 최종적으로 검사가 검증하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따라 오는 7월부터 공수처 가동이 예정돼 있다.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을 수사대상으로 삼아 앞으로 검사의 비위사실이 적발되면 검찰이 아닌 다른 수사기관에서 검사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까지 하게 된다. 또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로 검찰의 직접수사도 대폭 축소된다. 검찰청법 개정안 제4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는 부패·경제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 참사 등 주요 범죄로 한정된다.

영장심사委, 檢 독점적 영장청구권 견제…警 이의제기 가능

아울러 검찰이 “외부위원들에게 수사내용 공개가 불가피해 수사기밀 유출·사생활 침해 등 기본권 보호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재고(再考)를 요구했던 영장심의위원회는 원안대로 설치가 결정됐다. 영장심의위 설립에 대해서는 경찰이 크게 환영하는 부분이다.

형소법 개정안 제221조의5는 `검사가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아니한 경우 사법경찰관은 그 검사 소속의 지방검찰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검찰청에 영장 청구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 각 고등검찰청에 영장심의위 설치를 의무화했다. 심의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은 각 고등검사장이 위촉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무한 실정이던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남용을 견제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하고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영장 관련 규정을 법률로 규율하는 방향으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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