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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미사일 폐기’에 방점을 뒀던 지난해 연설과는 달리 ‘국교 정상화’를 주요 의제로 내걸었다.
아베 총리는 28일 국회에서 한 시정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이야기하고 행동에 나서겠다”며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미국·한국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끝으로 이날 시정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더 이상 한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로 갈등을 겪던 작년 시정연설만 하더라도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는 양국 간 약속,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연설에는 “동북아시아를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없었던 발상으로 인근국가와 새로운 외교를 펼쳐나가겠다”고만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이날 한국이 언급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며 “강제 징용 노동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나 레이더 갈등 등을 고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골적인 ‘코리아 패싱’과는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해 6월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제2차 회담이 추진되는 등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자칫하다가는 일본만이 빠지는 ‘재팬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제외한 중국·러시아 등 인근 국가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성과를 언급하며 “(일·중 관계는) 완전히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러시아와도 “영토문제를 해결해 평화조약을 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후생노동성의 고용통계 오류 문제에 대해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킨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은 최근 7년간 명목임금, 노동시간 등을 조사하는 월간 근로조사통계가 잘못 작성된 사실이 드러나 아베 정부가 의도적으로 ‘통계 부풀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근로조사통계는 정부의 실업급여, 고용보험 산출 등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등이 과소지급된 부분은 최대한 빨리 부족분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총리는 또 올해 10월부터 소비세가 8%에서 10%로 증가하는 것에 대해 “고령화·저출산을 극복하고 전 세대의 사회보장제도를 만들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각 당이 논의를 진전시켜주길 바란다”는 말로 갈음했다. 구체적인 개정 일정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지난해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은 헌법 개정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 것이라는 반발이 커지자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 1항(전쟁포기)와 2항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방법을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