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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는 최근 잠정적으로 11월6일 중간선거 직후에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조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열흘 뒤”로 북미 고위급 회담 일정을 공개했으나 사실상 무산되면서 북미 물밑 대화의 마찰음이 감지됐다.
그러나 북미 고위급 회담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예고되면서 북미 간 비핵화와 이에 대한 상응 조치 문제가 구체적으로 협의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지난 9월 공동선언에서 남북이 이미 합의한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나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 대한 조치를 놓고 조율이 이어질 전망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폐기 조치를 한 상태로 과거 언론에만 공개했던 것을 전문가들이 검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치른 선제적 조치를 확인받는 과정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미국도 비핵화 단계의 입구로 진입했다는 측면에서 풍계리 사찰이 나쁜 카드는 아니다.
더욱이 북미가 비핵화와 상응 조건을 놓고 힘겨루기를 이어오던 상황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검증이 가시화된다면 보다 빠르게 핵사찰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셈이 된다. 비핵화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이 미국 주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은 평양 공동선언에서 유관국의 참관 하에 폐기하기로 못박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부터 여러 국가로 이뤄진 사찰단이 구성될 수 있다. ‘유관국’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뒀다.
북미 고위급 회담 소식과 맞물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오랜 잠행을 깨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삼지연군 건설현장 현지지도 사실을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했다. 앞서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드러난 지 19일 만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찾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백두산이 위치한 삼지연군은 혁명성지로 김 위원장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방문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시기가 북미 고위급 회담이 잠정적으로 결정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잇따른 외교전에 협상 전략 설정을 마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내달 정권을 잡은 뒤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의 답방 형태로 서울 방문도 예고했다.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얻기 위해 정교한 전략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일 수 있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워싱턴에서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김 위원장의 결심이 선 만큼 고위급 회담에서 이를 확인하고 이어질 실무회담에서 세부적 일정을 조율하는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