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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기업 수장으로서 가장 힘들었을 때를 묻자 이 같이 밝혔다. 가장 보람 있는 일로는 기업의 생산성 회복과 향상을 꼽았다.
11일 서울 중구 다동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성립 사장은 자신감에 넘쳤다. 2015년 침몰 직전의 대우조선을 살릴 구원투수로 등판한 정 사장은 3년여 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왔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선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지난 2001∼2003년, 2003∼2006년, 2015∼2018년에 이어 4번째 임기로 자타공인 40년 조선맨이다.
정 사장은 “지난 3년간 생산성 안정에서 성과를 거뒀다”며 “대우조선해양이 과거처럼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3년은 저하된 직원들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기업문화에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수주잔량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은 단일 조선소로서 세계 최대 수주 잔량을 가지고 있다”며 “올해도 100% 가동률로 2020년도 3/4분기까지 물량이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수주활동을 하면 2021년 상반기 물량도 확보해 당분간 물량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올해 수주 목표인 73억달러도 소폭 상회할 것으로 봤다. 정 사장은 “현재 계약이 완료된 30억달러에 현대상선과 그리스 마린탱커스에서 옵션을 행사한 두 척의 배를 합하면 14억달러 정도 된다. 총 44억 달러를 수주했다고 가정할 때 73억달러 중 60% 이상을 달성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2015년부터 추진 중인 자구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에 걸쳐 5조8000억원을 절감하겠다고 채권단에게 자구안을 제출했다”며 “지난해까지 2조7000억원의 계획을 세웠는데 2조8000억원을 절감했고 연도별로 보면 100%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는 궁극적으로 ‘빅2’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3개사(社)의 조선 시황, 중국과의 경쟁, 대한민국의 산업진로 등을 고려할 때 빅2 체제로 가는 게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 또는 삼성중공업에 인수합병(M&A)되는 게 옳다고 피력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을 ‘작지만 강한 조선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의 매출을 기존 11조원 수준에서 7조~8조원로 만들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며 “궁극적으로 단단한 회사가 돼서 원매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현 경영진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근 산별노조 전환에 대해서는 “그동안 노조는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30% 임금삭감과 구조조정 등에 동참했다”며 “이번 산별노조 전환은 정책적 연대로 보고 있다. 회사는 조합원의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무급 경영’을 해 오던 정 사장도 이달부터 일부 월급을 받는다.
정 사장은 회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신뢰 회복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과거 있을 수 없는 기업이라고 오명을 쓴 것은 투명성 확보를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우선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고려되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이후 잘 나가는 생산을 어떻게 관리할 지, 어떤 성과로 연결할 지 고민하겠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평가 되고 있는 대우조선의 현 주가에 대해서도 “실적 회복에도 회사 주가가 2만7000원선에서 머물러 있는 것은 신뢰 회복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시간을 갖고 가면 4만4000원까지는 충분히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조선업이 첨단화한다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선입견을 버리면 얼마든지 첨단화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조선업에 비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중진국 산업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선진국에서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유럽에 가보면 조선소가 첨단화되고 있다. 과감한 투자가 있다면 조선업의 첨단화가 가능하다. 몇 년 못하고 버려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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