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건물을 매각할 때 재화 공급자는 건물 주인이 아니기에 재화의 공급행위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는 수탁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신 대법관)는 최모씨(54)씨가 성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최씨는 부가가치세 2억4300만원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최씨는 2008년 경기도 성남의 상가건물을 75억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돈이 부족하자 A은행으로부터 42억원을 빌렸다. 담보를 위해 상가건물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수익은 A은행이 갖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최씨는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결국 A은행은 남은 대출금 가격으로 건물을 사들였다.
최씨는 이후 세무서가 상가건물 매각을 이유로 부가가치세 2억4300만원을 부과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사건 건물의 신탁은 A은행이 수익을 얻는 타익신탁이고, 건물을 공급하는 쪽과 공급받는 쪽이 모두 A은행이라는 이유에서다.
1·2심은 모두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수익이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타인신탁의 경우는 부가가치세 납세 의무가 수익자인 A은행에 있다고 봤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판단 근거는 달랐다. 대법원은 1·2심처럼 신탁 수익 여부가 아닌 건물매각 수익을 갖는 쪽이 어디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매각 수익을 갖는 A은행에 부가가치세를 내야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부가가치세 납세 의무자를 거래상대방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수탁자로 함으로써 신탁을 둘러싼 복잡한 세무문제를 간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