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우면산 산사태 직후 10년간 5조원 투입 결정
설계용량 시간당 100㎜서 85㎜ 축소…1.3조 예산 줄어
서울시 "강남역 일대 150년 빈도 116㎜ 천재지변 성격"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수도권에 쏟아진 450㎜ 이상의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권에 발생한 침수 등 수해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10년간 5조 원을 투입해 시간당 100㎜ 집중호우를 견딜 수 있는 도시 수해 안전망을 계획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조원 이상 예산이 축소되며 85㎜ 감당 수준으로 증설돼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 지난 8일부터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던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가 9일 파손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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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 이후 시간당 100mm 집중호우 대비를 목표로 하수도 관거 용량 확대와 빗물펌프장·빗물저류조 확충, 방재용 대심도 터널 도입 등 10년간 5조원을 투입하는 수방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2013년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취임 이후 대심도 터널 공사 축소(7곳→1곳) 등 수방 대책과 관련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 이에 시는 기존 계획보다 1조원 이상 줄어든 총 3조 6792억원을 투입, 강남역 일대의 하수관거 개량과 유역분리터널 설치를 완료해 시간당 85mm 폭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증설했다. 또 강남역 일대는 현재 95mm 수준으로 증설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시가 편성·제출한 수방 예산 4450억원 중 248억원(5.9%)는 시의회에서 삭감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 폭우는 150년 빈도에 해당하는 시간당 116mm ‘물폭탄’이 쏟아져, 현재 강남역 일대의 방재성능 용량을 크게 초과한 천재지변 성격이란 게 시의 설명이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당장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강남에 모인 물을 한남대교 남단에서 한강으로 퍼 넘길 수 있는 대규모 지하 배수 터널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8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사망자 8명, 실종자 7명, 부상자 9명 등 총 24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민은 총 328가구에서 441명이 발생했다. 주택 및 상가 침수는 서울 684건 등 총 741건으로 집계됐다. 농작물 침수 피해는 5헥타르(ha)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오는 11일까지 경기북부와 강원중남부내륙·산지, 충청북부 등에 350㎜ 이상의 집중호우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 (디자인=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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