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30일 한국정치학회 등이 고려대에서 주최한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학술대회 발표에서 “나토는 중국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도발적 언행을 중단하고 아시아와 전 세계를 더럽히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나토야말로 가상의 적을 만들어 진영 대결을 만들어온 냉전시대의 산물”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편집증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전면적으로 억제하고 과장하면서 내정간섭을 일삼고 있다”며 “중국의 대내외정책에도 먹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싱 대사는 이번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비판 대신 미중 사이에서 ‘윤활제’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싱 대사는 “저희는 진심으로 한국이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이웃으로서 중국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해주길 바란다”며 “중국은 누구에게 도전하거나 해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중국의 전략적 협력 파트너이자 미국 동맹이라는 점에서 미중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건설적, 장기적 이익의 관점에서 출발해 바람직한 한미, 한중 관계를 정립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날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최근 몇 년 동안 나토는 지역과 영역을 돌파하며 집단적 대결을 주장하고 있는데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경계하고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당장 나토 정상회의 참여를 계기로 중국이 ‘사드(THADD) 사태’와 같은 노골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시진핑 주석 3연임이 걸려있는 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 등 국내 불안전성이 큰 상황에서 중국이 한중 관계를 과거처럼 단기간 악화시키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직접적 비판이 없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아태 지역까지 전략 영역을 확장하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거기서 4년 9개월만 이뤄진 한미일 정상회담 모두 중국으로서는 쉽게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관영 매체 등을 통해서는 한일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불편한 속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타임즈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대해 “아시아의 평화에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싱 대사가 한중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미국과 나토를 비판한 것 역시 한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과 가치외교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기조에서 ‘중국 리스크’는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이 리스크가 마지노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중 전략 경쟁 시기, 제로섬의 대응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중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재설정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논의는 없고 일반적 반중정서만이 표출되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