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8·15 광복절 기념 가석방 대상에 이 부회장을 포함한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승인했다”며 “코로나 장기화 등 경제상황을 고려했다”고 발표했다. 올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정확히 207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를 풀려면 미국이 눈을 감아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대미 반도체 투자가 적절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공식화한 170억달러(약 19조5000억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 등 투자 결정 속도가 빨라지길 기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계에선 단순히 구금상태에서 벗어나는 가석방으로 이 부회장이 공격 경영 행보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1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 해외 출장 같은 경영활동 제약까지 함께 해제되는 사면을 요청하기로 알려진 배경이다.
일단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면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을 찾아 참배한 뒤 첫 외부 일정으로 17일 열리는 외부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 정기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위 방문은 경영 활동이라기보단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다짐 차원”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 이후 첫 옥중 메시지로 준법감시위의 역할에 대해 당부하며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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