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못 만난 ‘자민당 2인자’… 국회 방일단 '씁쓸한 귀국'

조용석 기자I 2019.08.01 20:33:24

‘지한파’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 연기 후 일방적 취소
강창일 “거지 아니다, 면담 재추진 안해”…분위기 격앙
니카이의 거부, 백색국가 제외하겠다 日 의지 밝힌 것
공동성명 없이 입장문으로 대신…일본 측 발표는 미정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 사진은 2017년 한국을 방문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니카이 간사장의 모습(사진 = 뉴시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국회 방일단이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2인자이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1일 귀국했다. 한일 공동성명도 무산되면서 국회 방일단은 사실상 특별한 성과 없이 일정을 마치게 됐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오전 11시30분으로 예정된 니카이 간사장 면담일정은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자민당 내 긴급안전보장회의 개최로 취소됐다”고 알렸다. 방일단은 당초 전날 오후 니카이 간사장을 면담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측의 요청으로 일정을 미뤘다. 하지만 니카이 간사장 측은 연기한 일정마저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국회 방일단을 문전박대했다.

방일단 의원들은 “일본이 심각한 결례를 저질렀다”며 크게 격앙됐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화가 나 있는데 왜 면담을 또 추진하겠나”라며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 충분히 우리의 뜻을 전달했다. 자민당과 아베 정권의 진심과 속내가 무엇인지도 충분히 알았다”며 재추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 측에)‘국제관례상 대단한 결례다, 예의가 아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일본 정계의 대표적 지한파로 한일 관계가 위험할 때마다 중재 역할을 해왔다. 2017년 일본 총리 특사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고, 지난해에는 자신이 이끄는 니카이파(派)의 하계연수를 서울에서 하기도 했다. 특히 김대중·오부치 선언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이었던 박지원 평화당 의원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니카이 간사장의 이 같은 태도는 오는 2일 아베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민당이 이렇게 만남을 피하는 것을 보니 오는 백색국가 배제 결정을 강행할 모양”이라며 “미국이 (한일 관계를) 어떻게 중재하는 것이냐가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일의원의 공동성명도 무산됐다. 방일단은 전날 자민당 소속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회장 등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교환했지만 입장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고, 결국 각자의 주장을 담은 공동입장문을 발표하는 정도로 합의했다.

한국은 공동입장문에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된다면 우호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일본에 전달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일본은 수출규제는 적정 조치라고 한국에 반박했다는 부분을 공동입장문에 포함했다. 그 외에 한일관계 심각성을 인식하고 더 악화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고, 양국 정부에 외교적 협의를 촉구한다는 내용은 한국과 일본 모두 공감한 부분이다.

방일단 단장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은 출국 전 주일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은)합의가 됐다. 서로가 양해돼서 이 문안에 대해선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측도 공동입장문을 발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방일단 성과를 묻는 질문에 강 의원은 “우리는 하고픈 이야기를 일본 각 정당에, 집권 여당에도 충분히 전달해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고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방일단은 한일의회외교포럼 명예회장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을 단장으로 원혜영·김진표·강창일 민주당 의원, 원유철·김광림·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초선인 이정미 의원을 제외한 9명 모두 3선 이상 중진의원이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해법 모색을 위해 일본을 찾은 무소속 서청원 의원 등 국회 방일단이 31일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자민당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왼쪽)과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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