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전두환 씨가 11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자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낮 12시33분께 전 씨는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광주에 도착해 법정으로 들어갔다.
전 씨는 “혐의를 인정하는가”, “발포 명령 부인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며 발끈한 뒤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광주 시민들은 “전두환은 사죄하라”라고 외쳤다.
이때 광주지방법원 맞은 편에 있는 동산초등학교 학생들도 학교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전 씨에게 항의하듯 “전두환은 물러가라”라며 힘을 보탰다.
| 광주지방법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11일 전두환 씨가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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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故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칭한 전 씨는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됐다. 이날 광주에서 1시간 46분 만에 종료된 재판에서 전 씨는 명예훼손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의 이번 광주 방문은 지난 1999년 퇴임 이후 처음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지난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신군부가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게 발단이다. 당시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곧바로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5·18 민주화운동이 시작됐고, 이후 계엄군의 발포로 무고한 광주 시민이 쓰러지면서 일제히 전두환 신군부의 폭압에 맞섰다. 최초 발포 명령자는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 전두환 씨가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관련 형사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을 마친 뒤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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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단체 등은 전 씨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그의 재판 출석을 지켜봤으나, 전 씨는 끝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부인 이 씨의 손을 꼭 잡고 법원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