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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중국의 부동산 투자 광풍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와 같은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설이 제기됐다고 2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빠르게 상승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44.4%에 그쳐 미국의 79.5%나 일본의 62.5%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중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 심각한 단계가 아니라는 증거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상하이재경대학 연구소는 이 수치가 실제로는 60% 이상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식 통계에는 은행 대출만 가계부채로 집계되지만, 실제로는 많은 중국인이 가족이나 친구에게 거액을 빌려 집을 마련하고 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선전에 사는 회사원 웬디 왕은 지난해 산 아파트 계약금 80만위안(약 1억4000만원)을 내기 위해 가족과 친구에게 50만 위안, 신용카드와 할부대출로 30만 위안을 마련했다.
광저우의 판매 매니저 엘리마이는 240만위안(약 4억1000만원)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부모가 적금 30만위안(약 5200만원)을 해약하게 하고, 친구들에게도 돈을 빌렸다.
여기에 보유한 아파트를 담보로 80만위안의 대출을 받고, 자동차 할부대출로 20만위안을 마련하고서야 겨우 집값의 절반인 계약금을 냈다.
상하이재경대 천 위엔위엔 연구원은 “이런 식으로 가면 이르면 2020년에 중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127%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인 2007년과 같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집값이 치솟자 젊은 세대는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한다는 생각에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쏟아붓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월급을 부풀려 신고하는 것이 대출자들 사이에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선전의 주택 구매가격은 평균 370만 위안(약 6억4000만원)으로 구매자들은 평균 238만 위안(약 4억1000만원)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집값 대비 담보대출 비율은 64%로, 홍콩(51%)과 미국(55.5%)보다 높았다.
주택 구매자는 대부분 20∼30대로, 이들이 대출을 갚으려면 한 달에 1만600위안(약 180만원)씩 30년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선전의 사무직 평균 월급은 8천892위안(약 150만원)에 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