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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25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005940)에서 열린 ‘NH 지정학 포럼’에 참석해 “올해 초 이후 한국 주도의 평화 외교는 경제 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구심력 강화의 중대 계기”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열린 포럼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 정세를 예측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강의에 나선 윤 전 장관은 외교·안보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면서 시작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을 때 1순위로 꼽은 것이 북한 핵 위기였다”며 “트럼프는 취임 후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는 정책을 펼쳤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미 무역 의존도가 47.7%(2015년 기준)로 사실상 시장 경제 체제인 북한에 경제 제재를 실시했다. 지난해 주요 전력을 한반도 주변에 집중 배치하는 등 군사력도 내세우며 북한을 압박, 결국 남한을 통한 외교 무대 등장을 유도했다는 평가다.
윤 전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후 최초로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김 위원장의 선택은 전략적 결단(낙관론)이거나 전술적 술수(비관론)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우선 낙관론의 경우 경제 제재로 경제난이 발생하거나 군사력 위협이 더해질 경우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핵 무력을 거의 완성해 미국, 한국이나 국제사회 협상에서 최대한 좋은 카드를 마련했다고 자신했을 수도 있다”며 “젊은 나이에 해외 교육 경험이 있는 김 위원장의 스타일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관론의 근거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등 비핵화 개념에 대한 모호성이나 복잡한 비핵화 검증 과정 등이다. 다만 그는 “비핵화 이행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북한과 미국은 현재 협의를 진행해나가고 있다”며 “미국이 우선 원하는 것은 핵무기·핵물질·대략간탄도미사일(ICBM) 제거로 이것만 해결돼도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관론이 맞아 떨어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등이 현실로 다가올 경우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윤 전 장관은 예상했다. 김정은 리더십 스타일은 전체주의적 절대군주형에서 중국 덩샤오핑이나 박정희 같은 권위주의적 개발독재형으로 변할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 덩샤오핑도 미국이 품어줘 세계무대로 나갈 수 있던 것처럼 지금 북한도 트럼프가 품어주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가 공존하면 경제협력을 통해 지정학 딜레마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