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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주식·원화·채권의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국면에서 하루 만에 벗어났다.
이는 전날 시장을 강타했던 지정학적 위험이 다소 완화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4월 위기설’로 떨어진 가격을 매수 기회로 삼는 모습도 일부 관측된다. 외국인의 매매동향이 다소 변화가 있어 주목된다.
다만 예단은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이슈는 여전히 지정학적 위험이며, 언제 또 충격이 닥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 일부 매수세 유입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9.47포인트(0.44%) 하락한 2123.85원에 마감했다. 대북 리스크가 불거졌던 전일에 이어 이틀간 1.3% 가량이 하락한 것이다.
다만 하락 폭은 전날(18.41포인트, 0.86%)보다는 작아졌다. 시장에서 돌았던 지정학적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을 작게 보는 기류가 일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2.23포인트(0.36%) 오히려 오른 621.64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619선까지 밀렸다가 이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특히 전날 507억원어치 팔아치웠던 외국인이 255억원 순매수하면서 상승을 이끌었다.
서울외환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3.6원 상승한(달러화 강세) 1145.8원에 마감했다. 전날 상승 폭(7.7원)보다 4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장중 원·달러 환율은 한때 1149.7원까지 오르며 1150원에 바짝 다가섰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해외투자를 위해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나오고 숏커버(손절매수) 물량도 들어오면서다.
다만 ‘빅 피겨’ 1150원대에 대한 부담에 상승 폭은 좁혀졌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1150원을 넘기에는 차익실현 매물 등이 있어 상승 탄력이 강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채권시장은 강세 되돌림 장세가 나타났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9bp(1bp=0.01%포인트) 하락한 1.693%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원화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아졌다는 의미다. 5년물 금리는 3.9bp 내렸다.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전날 각각 4.1bp, 5.5bp 올랐는데, 이날 상당 폭 되돌렸다.
국채선물시장도 강세였다. 3년 국채선물(KTBF)은 13틱 오른 109.37에 마감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58틱 상승한 124.8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서면서 강세장을 이끈 게 주목된다. 외국인은 이날 10년 국채선물을 2803계약 사들였다. 지난 5일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외국인이 장중 순매수 규모를 확대하면서 시장의 강세 폭도 더 커졌다.
◇“北 지정학적 위험 여전해”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격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주요국들과 비교해 큰 폭 상승했지만, 추세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나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말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국 외평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전일 대비 1.92bp 상승한 53.64bp를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정도 상승 폭은 그렇게 큰 건 아니다”면서도 “지정학적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안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국내 금융시장의 흐름을 방향성으로 보기는 이르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추세적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위험이 아직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릭터는 시장에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이번달 북한에는 15일 태야절(김일성 생일) 등 굵직한 기념일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