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삼양식품, 다시 고개 든 ‘오너리스크 악몽’
29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하이트진로 법인과 이 회사의 김인규 사장, 박태영 부사장, 김모 전 상무 등 4명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태영 부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하이트진로 맥주 캔 제조와 유통 과정에 비상장 계열사인 ‘서영이엔티’를 끼워 넣었다. 회사 인력과 도급비 등을 지원한 일종의 일감 몰아주기다. 검찰은 이렇게 몰아준 일감이 43억원 가량 된다고 추정했다.
검찰은 하이트진로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큰 삼광글라스를 서영이앤티의 납품 통행세 수취를 위해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납품업체 삼광글라스가 맥주 캔 제조용 코일을 하이트진로가 아닌 서영이앤티에 납품하는 형태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8억5000만원을,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18억6000만원의 통행세를 챙겼다.
내부거래 정황도 나왔다.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 직원에 총 5억원(2008~2015년)의 자문료를 부당지급했다. 2014년에는 도급비 인상 방식으로 11억원 가량을 부당지원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기초로 하이트진로 경영진을 재판에 넘겼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다. 하이트진로 측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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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장과 함께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정수 사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지출 결의서와 세금 계산서 등을 허위로 작성해 회삿돈 49억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판단했다. 전 회장과 김 사장은 이 돈을 사적으로 썼다.
삼양식품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회사 경영진의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번 일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리스크’
식품업계는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오너 리스크’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과거 경영진의 판단 착오, 갑질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전력이 있는 기업일수록 도매금으로 묶일까 염려하고 있다. 남양유업, 오리온, SPC 등이 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또 우리가 회자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창업주 일가의 제왕적 카리스마 경영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외부 견제가 쉽지 않다보니 내부 거래, 갑질 등의 병폐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언제든 오너 일가의 범법 행위가 재발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