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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첨예하게 대립 중인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현대자동차는 4일 신한카드 등 5개 카드사에 대해 가맹계약 해지를 전격적으로 통보했다. 다만 현대차는 소비자 불편 최소화를 이유로 일주일간 유예기간을 뒀다. 일주일은 이전보다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할 데드라인으로 읽힌다는 게 카드업계의 해석이다. 한 푼이라도 더 올리려는 카드사와 한 푼이라도 낮추려는 현대차의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점화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현대차의 결정이 빨랐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사가 지난 1일 인상된 수수료율을 선(先)적용 하기로 한 후 첫 영업일에 가맹계약해지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양측간 물밑 협상이 치열한 가운데 칼자루를 쥔 건 카드사가 아니라 자신들임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다. 앞서 현대차는 수수료율 변경 일정을 한 달간 유예해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체없이 예고한 가맹계약해지를 단행한 모양새다.
수위도 전례 없이 강하다. 계약해지를 통보한 5개 카드사 사명을 직접 일일이 거명했고 제대로 된 협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책임 소재를 미뤘다. 공백을 제외하면 2341자인 언론 참고자료에는 ‘무분별’ ‘일방적’과 같은 원색적인 표현도 등장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콕 찍어 자신들보다 실질 이익률이 높다며 포화를 날렸다.
‘선전포고문’에 드러난 현대차의 전략은 ‘각개격파’다. 현대차는 국내 카드사를 두 갈래로 나눴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한 축과 BC카드, NH농협카드, 현대카드, 씨티카드 등 수수료율 인상을 유예한 또 다른 축이다. 개별 협상을 진행함에 따라 ‘단일대오’를 형성하기 어려운 카드사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카드사는 개별 사명을 공개한 데 불만을 나타내며 수수료율 인상을 유예한 카드사가 제시한 수수료율을 파악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NH농협카드 등은)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수료 인상 폭을 최소화했으리라 예상된다”며 “행여나 홀로 가맹계약을 해지 당하는 시범 조로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특히 전업계 카드사는 아니나 시장점유율로 볼 때 상위권에 해당하는 NH농협카드의 이탈에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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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에서는 논리싸움도 치열하다. 현대차는 인상 근거에 대한 명확한 자료와 설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고 카드사는 공개 불가능한 사업기밀을 내놓으라는 요구라고 맞섰다. 현대차는 카드사와 제휴 마케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매출 증대 효과에도 물음표를 달았지만, 카드사는 시즌별로 진행하는 캐시백 등 할인적립 행사가 적잖고 할부 등 유무형 혜택도 매출 신장에 큰 도움을 준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자동차 시장 규모는 50조원에 달하며 이중 카드 취급액은 18조원정도다. 시장점유율로 추정한 현대차(기아자동차 포함) 카드 취급액은 12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전체카드 승인액이 810조7000억원이니 약 1.5%에 해당한다.
불행 중 다행은 현대차가 협상 창구를 닫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유예기간과 해지 후라도 카드사가 요청할 경우 수수료율 협상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각 카드사 역시 현대차와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벼랑 끝 상황이나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이므로 벼랑 끝 타결 가능성이 남았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 선택권과 직결되는 만큼 현대차도 실제 계약해지를 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구매 고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최대한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