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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추계는 내년 예산 편성 때로 미뤄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이후 발표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에는 43개의 주요 정책 과제가 포함됐다. △어르신 관련 일할 기회 확대, 소득지원 △영세자영업자 관련 경영부담 완화, 영업·재기 안전망 강화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 관련 근로유인 제고, 기초생활보장 관련 지원 등이다.
예산 규모도 상당하다. 43개 주요 정책 과제 중 내년 일자리 안정자금(올해 2조 9708억원) 예산만 3조원에 육박한다. 전국의 고등학교에 전면 무상교육을 도입할 수 있는 예산(연 2조 250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근로장려금(EITC), 기초연금 등 지난 17일 당정 협의 이후 발표된 정책의 예산만 대략 집계해도 수조원을 훌쩍 넘는다.
정부는 이 대책이 집행되면 일자리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7% 중반 이상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의지를 담아서 (성장률) 3%를 복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본예산(429조원)보다 7.5% 이상 증가하면 내년도 예산은 46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재부는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을 각각 2.9%, 2.8%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효과를 얻으려면 제대로 된 진단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산을 적재적소에 집행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까지도 43개 주요 정책 과제의 총 재원 규모조차 집계하지 못한 상황이다.
도규상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최대한 빨리 (재원 내역을) 뽑아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창길 기재부 법사예산과장은 “추계를 해봐야 한다”며 “(9월2일 국회 제출을 앞두고) 예산안 편성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9월까지는 이 같은 대책에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명세서를 알 수 없는 셈이다.
기존 정책 실효성 평가도 없이 대책 남발
재정을 투입한 정책이 그동안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도 중요하다. 문제는 정책 평가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자영업자에게 지급한 인건비 보조금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7년 만에 최고치인 16.4%(시간당 6470→7530원) 오르자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고 근로자의 해고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정책 시행의 명분은 있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3조원 가량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투입해도 고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청년(15~29세) 취업자의 실업률이 전년동월 대비 10.5%를 기록, 역대 최고치(5월 기준)를 기록했다. 도소매·음식 숙박업 취업자는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이 효과가 있었는지 얘기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매년 3조원씩 재정 부담만 커져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 잡기 힘들다.
게다가 불과 몇 달 만에 주요 경제정책의 기조가 바뀌는 양상이다. 앞서 김 부총리는 지난 1월 “일자리 안정자금을 EITC를 포함한 간접 지원안과 연계하겠다”고 밝혀, 일자리 안정자금의 축소를 시사해왔다. 하지만 도규상 국장은 지난 17일 기자브리핑에서 “일자리 안정자금과 EITC를 분리해서 보고 있다”며 “일자리 안정자금을 축소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당정협의를 거치면서 연초 때와 기조가 달라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에 휘둘리는 경제정책이 계속될수록 시장 혼선이나 후유증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시장 상황, 예측 가능성, 국민 수용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단일 최저임금제 방식을 업종별, 지역별로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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