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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정시 분리 현행대로…"고3 교실 황폐화 등 현실 외면한 결정" 비난

김소연 기자I 2018.05.31 18:11:15

수시·정시 통합, 공론화 범위서 제외 ''논란''
여론조사에 기댄 정책에 ''교육부 안보인다'' 지적
"정부, 교육정책 비전 제시하고 국민 설득 해야"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개편특위)가 31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공론화 범위에서 수시·정시 통합 논의를 제외했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고교 3학년 2학기가 되면 수업 파행이 반복되는 등 해결해야할 난제가 쌓여 있는 고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큰 틀에서 정부가 교육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고3 교실 황폐화는 그대로…해법 제시 없어”

이날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특위 위원장은 ‘수시·정시 통합 여부’를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국민제안 열린마당이나 온라인 의견 수렴결과 수시·정시 통합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입개편특위는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협의회를 5차례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때 교육부가 반드시 결정해달라고 요구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수능 간 적정 비율 모색 △대입 선발시기 문제(수시·정시 통합 여부) △수능 평가방법(절대평가 전환 여부)에 대해 주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교사는 “수시·정시 통합은 고교 교실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란 의견을 분명히 냈고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이들이 동의를 표했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논의에선 제외됐다”고 비판했다. 현행대로 수시·정시를 분리한다면 교육부가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보완책을 필수적으로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도 “수시·정시 분리는 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변화를 담지 못한 결정”이라며 “고교 교육과 대입이 따로 운영되면서 또다시 대입 개편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잦은 대입정책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결정된 공론화 범위에 불필요한 논의는 들어가고 중요한 쟁점이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학종과 수능 간 비율처럼 정하기 어렵고 통일된 안을 대학에 강제하기도 어려운 쟁점은 포함되고,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시 동점자 처리 방안으로 거론된 원점수제는 제외했다”며 “학종 개선이나 수능시험범위, 고교내신 절대평가 논의 등 공론화 범위에 포함해야 할 부분은 빠지는 등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교육가치 사라지고 여론조사에 기댄 교육정책 우려”

궁극적으로는 교육 정책을 여론에 맡기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 크다. 미래 교육 정책을 정하는데 의견 수렴과정은 필요하지만 결국 정부가 책임을 지고 교육정책을 끌고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을 광장에서 토론하는 식이나 인기에 영합하는 여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임병욱 인창고 교장은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0년부터 대학입시센터 객관식 시험을 없애기로 하면서 미래 직업과 학생 교육을 위해 객관식 시험은 옳지 않다고 선언했다. 교육정책을 발표하고 이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설득하려 했다”며 “정부도 교육정책을 거수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닌 미래 인재 육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문산고 교사) 역시 “수능 최저기준 활용, 수시·정시 통합 논의 등 모두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수능 절대평가나 상대평가나 평가 방식마다 각각의 장점은 있다”며 “포럼이나 자문회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면 마지막 결정은 정부가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입시 시스템에 큰 변화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이기정 미양고 교사는 “어떤 교육정책이 미래 인재를 키우는 방안으로 필요한지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교육부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현 입시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이 부작용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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