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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中 추격이 무섭다

최훈길 기자I 2018.05.23 16:54:43

아시아 최대 '자동화 항만' 상해 양산항을 가보니
여의도만한 부지에 사람 없어.."올해 생산성, 韓 추월"
해외선 中 4차산업혁명 시찰..韓 장관·의원은 모르쇠
'미래 먹거리' 대북 비즈니스까지 검토하는 中 기업들
시진핑, 전폭적 지원..韓 규제혁신 공염불, 국회 공방뿐

아시아 최대 자동화 항만인 중국 상해의 양산항 모습.[사진=ZPMC 한국지사]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자는 세 번 놀랐다. 아시아 최대 ‘자동화 항만’인 중국의 상해 양산항을 보고 나서다. 앞서 상해국제항만그룹(SIPG)은 지난 17일 양산항 현장을 해양수산부와 한국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사흘 간 현장·관계자 취재를 하면서 ‘중국에 가서 뭘 배우겠나’는 선입견은 산산조각이 났다.

첫째, 사람이 없어서 놀랐다. 양산항은 여의도 면적(290만㎡)의 3분의 2가 넘는 부지(223만㎡) 규모다. 연 200만개(올해 목표 기준)의 컨테이너가 들락날락하는 곳이다. 유인 터미널 대비 70% 이상 인력을 줄이고 24시간 항만을 가동 중이다. 이곳에서 컨테이너 하역·이송 모두 무인·원격 조정으로 이뤄져도 사고는 없었다고 한다. 중국의 크레인 제조업체 ZPMC의 장 지안 부총재는 “부산·인천항은 유지 보수비·인건비가 높다”며 “올해 4분기에 무인 터미널의 효율·생산성이 (한국의) 유인 터미널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한국의 무관심에 놀랐다. 양산항은 시진핑의 10대 성과로 꼽히는 곳이다. 중국은 11개 항만을 ‘자동화 도입 스마트항만 시범사업장’으로 지정했다. 상해항은 컨테이너 물동량이 세계 1위(작년 기준 4023만TEU) 항만이다. 이 때문에 자동화 항만을 검토 중인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상해를 다녀 갔다고 한다. 그런데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데도 한국 정부에서 상해의 자동화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차산업 혁명, 혁신성장을 엿볼 수 있는 곳인데, 이를 강조하고 있는 경제부총리, 장관, 여당 국회의원 누구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

셋째, 중국의 대북(對北) 비즈니스 감각에 놀랐다. 장 지안 부총재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중접경 지역인 단둥 부동산 가격이 하루 만에 50%가 올랐다. 외지인들은 2년 뒤에야 부동산을 팔도록 하는 조치까지 나왔다”며 “대외 개방을 선포한 북한은 앞으로 항만개발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SIPG 뤄쉰지에 부총경리는 “북한과의 비즈니스는 언제든지 오케이”라고 말했다. 유엔 제재가 풀리면 북한이 물류 운송로에 위치한 남포·해주·원산항 등 노후화된 항만 개발에 나설 것인데, 이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남북정상회담 성공과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남북경협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보다 앞서 ‘미래 먹거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걱정이 됐다.

‘짝퉁의 나라’로만 인식됐던 중국이 이렇게 커버린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시진핑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 CEO의 결단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중국 측의 설명이다. 정부·국회·기업이 하나의 팀으로 팀워크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은 ‘구호만 혁신성장’이라고 꼬집는다. 지방선거를 앞둔 국회는 정치 공방만 한창이다. “우리와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력에서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고객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힌 중국 기업 임원의 미소가 잊히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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