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스폰서 검사, 검찰 옥죄는 굴욕의 역사

조용석 기자I 2016.09.07 19:09:50

재력가들 ‘보험’ 성격으로 검사들에게 금품·향응
김영란법 만들어진 계기도 ‘스폰서 검사’ 사건 때문
생활비·회식비·술값 등 다양한 명목으로 돈 요구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1000만원 맞지. 처리했다. 근데 실수로 회사이름으로 보냈네.”(스폰서 김모씨)

“괜찮아. 잠시 변통해서 계좌주 전혀 모르니깐. 고마우이 친구.(김형준 부장검사)

김형준 부장검사와 스폰서 김모씨가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
검찰이 또다시 ‘스폰서’ 검사 스캔들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스폰서 검사 문제는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다. 반면 검찰은 소수의 일탈로 조직 전체가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 당한다고 불만스러워 한다.

‘스폰서(SPONSOR) 검사’란 지위를 남용, 기업가 또는 재력가들로부터 금전, 향응 등 불법적인 지원을 받은 검사를 말한다.

스폰서 검사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때는 2009년이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재력가로부터 강남 아파트 구매대금과 고급 승용차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스폰서 검사’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됐다.

대가성을 따지기 모호한 스폰서 검사 비위 사건은 2010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한 지상파 방송사는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는 정모씨로부터 제보를 받아 “57명의 전·현직 검사들이 지속적으로 금전·향응·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몇몇 고위검사의 이름이 거론됐으나 대가성 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처벌을 피했다.

그 와중에 벤츠 여검사(2011년) 사건까지 터지자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해도 일정액 이상의 금품 또는 향응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결국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로도 검사 비위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에는 김광준 전 검사의 10억대 뇌물수수 사건이 불거졌고 지난 7월에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대학동창인 넥슨 김정주 회장 등으로부터 9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진 검사장은 현직검사장 최초로 구속 기소됐다.

스폰서들이 검사에게 대가없이 접대하는 이유는 일종의 ‘보험’ 성격이다. 기소와 수사를 모두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와 친분이 있을 경우 수사대상이 됐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스폰서 검사들 역시 재력가들이 자신에게 투자하는 이유를 잘 안다.

스폰서 경험이 있다는 한 사업가는 한 라디오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스폰서 검사는 한번 돈을 받은 이후에는 죄의식이 별로 없다”며 “한 번 마음을 열고 그런 경험을 가지고 난 후는 비일비재하다. 아무 거리낌 없이 당연하다는 듯 그런 게 이전 상황보다 더 강화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폰서 검사는 스폰서들에게 생활비, 회식비, 술값, 내연녀와 문제 해결 등 다양한 부탁을 한다. 심지어 김 부장검사는 백부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문제가 될 것을 걱정해 이를 스폰서인 김씨에게 해결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상명하복 문화가 뚜렷한 검찰조직에서 선배 검사가 후배 검사와 회식비 등을 전액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과정에서 스폰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다. 군소리 없이 투자해온 스폰서가 더 이상 검사에게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거나 그동안의 투자가 헛수고였다고 느낄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2010년 57명의 전·현직 스폰서 검사 사건도, 최근 김 부장검사 사건도 모두 스폰서가 폭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이자 동기 내 최선두주자였던 김 부장검사는 30년 지기와의 잘못된 우정 탓에 검사장 승진은 커녕 형사처벌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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