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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용'·'민족주의'…日이 보는 韓, 놀랍도록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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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슬 기자I 2019.05.07 17:03:06

일본 언론에서 본 한국의 모습은
文대통령, 찬일 잔재로 빨갱이 언급에…"反日감정, 韓정치에 악용" 비판
악순환되는 한일 관계 …제한론·평화헌법 수정 빗나간 주장도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日여고생의 물음…"어른들의 책임" 반성도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3·1절 100주년 기념식과 관련해 일본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친일잔재’의 하나로 ‘빨갱이’를 언급한 부분에 주목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빨갱이를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아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라며 이는 “해방 후에도 친일 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본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나라의 독립을 축하하는 날에 빨갱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문 대통령이 말하는) 친일 잔재 청산의 본질은 한국의 정쟁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 속 일본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놀랍도록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과 닮았다.

“요즘 일본이 그런 문제(반한·혐한 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서 문제를 증폭”(문 대통령, 2일 사회원로와의 오찬간담회)하고 있다고 비판하듯 일본 내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보수층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룬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과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을 통해 사과와 보상을 끝냈다고 주장하는 일본에 한국 정부는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이미 합의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이다. 최근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이나 강제징용 노동자상·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대해 일본정부가 한국에 ‘약속을 어겼다’며 비난하는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로서는 법적인 논쟁을 제쳐놓고서라도 양 협약은 피해자들의 감정을 무시한 엄연한 월권행위다. 국민감정을 무시할 수 없는 한국정부에 일본은 “일본은 미래를 말하는데 한국은 언제까지나 과거에 붙잡혀 시민사회에 휘둘리고 있다”(산케이 신문)라고 비판한다. 이런 한국의 모습은 일본에게는 ‘내셔널리즘’(민족주의)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가는 가운데 마침내 양국 정부는 외교정책에서 서로의 존재감을 지우는 수준까지 왔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주간지 문예춘추는 4월호 기사에서 ‘정한론’(正韓論)이 아닌 ‘제한론’(制韓論)을 주창했다. 이제 한국은 경제력에서도 외교력에서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상식과 기준에 의해 ‘제어’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급기야는 아베 정부의 개헌론을 정당화하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산케이신문 런던지국장 출신 언론인 키무라 마사토는 뉴스위크 재팬에 기고문에서 한국이 일본을 무시하는 이유에는 ‘헌법 9조’(전쟁포기를 명기해 일본 헌법을 ‘평화헌법’이라고 부르게 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는 조항)가 있으므로 이를 개정해 일본의 방위권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하는 국가로서의 회귀다.

물론 이같은 상황에서도 한·일 관계를 진심으로 염려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월 9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학에서 열린 동아시아연구소 현대한국연구센터 개소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나온 한 일본인 여고생의 질문을 소개했다. 이 여고생은 “한국 정치권도, 일본 정치권도 서로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만약 우리가 커서 다음 정치를 잇는 세대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기자는 “그 여고생의 질문은 청중들의 가슴을 울렸다”고 표현했다.

이 여고생은 초등학생 시절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교실에 있던 재일한국인 친구들이 ‘타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 등으로 불리며 ‘왕따’를 당한 것이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이 기자는 “이 질문에 어른들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라며 “양국 관계 악화에는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정치인, 외교관, 그리고 언론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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