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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 마감 2주 앞두고 신청률 28% 그쳐

김형욱 기자I 2018.09.13 17:34:36

축산 농가 불만 여전 “특별법 제정해야”
5개 부처 장관 전국 지자체장에 협조문
농식품부 축산농가 달래기 “의견 수렴”

돼지 축사 모습. 부산농협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이 마감 20일을 앞두고 대상 축산 농가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계획서 규정을 일부 완화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축산 농가의 불만이 여전해 참여 저조가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간소화 신청서를 낸 농가 3만9000호를 대상으로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받은 결과 지난 7일까지 28%인 1만1000호가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정부와 국회는 축사 분뇨가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환경단체의 지적과 악취에 따른 민원이 누적되면서 2014년 가축분뇨법을 개정했다. 또 현실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축산 농가의 요구에 시행 시기를 올 3월로 연장했고 다시 9월24일(실제론 27일)까지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낸다는 전제 아래 시행 시기를 내년 9월로 1년 반 더 늦추기로 했다. 개별 축산농가의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문제는 축산 농가의 이행계획서 제출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계획서 제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당장 축산 농가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사용중지나 폐쇄명령이 나올 수도 있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이 올 2월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해 노력하는 축산농가에 이행기간을 부여하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기간 운영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축산 농가의 불만은 여전히 크다. 가축분뇨법 마련 과정에서 30~40년째 그냥 운영해 오던 축사에 20여 법규가 한꺼번에 적용되다보니 개별 농가가 단시간 내 감당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당장 건축법이 적용돼 측량도 새로 해야 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나 공원자연환경지구 등에 포함됐을 땐 대폭 축소나 이전이 불가피하다. 축사가 먼저 들어섰는데도 나중에 들어온 거주시설 때문에 쫓겨나게 된 셈이다. 고령화한 축산 농업인 중에선 이참에 축사를 접고 은퇴하는 걸 고민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 같은 축산업계의 불만을 고려해 올 3월 국무조정실 주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축산단체 요구사항 44개 중 37개는 수용하거나 수정했다. 그러나 법 개정 과정에서 축사에 건폐율(건축면적/대지면적) 규제 완화나 개발제한구역·군사시설보호구역·공원자연환경지구·교육환경보호구역 등의 설치(면적) 제한 완화 등 축산업계의 핵심 요구사항은 주관부처로부터 거부됐다.

하태식 사단법인 대한한돈협회장은 “시대 변화에 맞춰 축사 내 악취를 해소하고 환경오염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 법규는 환경과 무관한 부분까지 한꺼번에 규제하고 있다”며 “특별법을 제정해서 법 시행 취지에 맞도록 현실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식품부는 그나마 축산 농가의 입장을 반영하려 하고 있다. 이개호 장관은 지난달 10일 취임 후 “축산 농가를 위해 규제 하나라도 더 풀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핵심 규제는 대부분 국토교통부나 국방부, 환경부, 교육부 등 타 부처 소관이어서 농식품부도 직접 결정할 수 없다.

정부는 미진한 축산 농가의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을 독려하고자 14일 관계부처(농식품부·환경부·국토부·행정안전부·국무조장실) 장관이 합동 서명한 협조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에 발송한다. 정부는 특히 이행계획서 작성을 위해 필요한 측량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는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해 최근 건축사와 계약을 맺은 것만으로도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계획서 제출 후 실제로 적법화를 추진하는 1년여 기간 동안 축산농가 대표도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농가 의견을 적극 수렴할 수 있도록 했다.

농업인 단체인 농업협동조합(농협)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지시로 특별상황실을 만들고 139개 지역 축협을 포함해 520명이 축산 농가의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 지원사격에 나섰다. 농협 관계자는 “축사 입지가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현 축사를 적법화하면 가치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들이 측량이나 이행계획서 작성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내지 않으면 법적 담보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낼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장과 계속 소통하면서 하나라도 더 편의를 봐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 회원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에서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전국축산인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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