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아파트의 마지노선이 되는 6억 이하 서울 아파트가 약 20%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4%보다 3분의 2 이상 줄어든 셈이다. 6억원은 각종 대출 지원 제도의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씨가 마르면서 보금자리론 등 무주택자들을 위한 정부 지원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
29일 부동산 114의 시세 조사에 따르면 서울 6억 이하 아파트의 비중은 지난해 34%에서 올해 20%로 줄었다. 조사 대상 아파트 124만 8894가구 중 6억 이하 아파트는 지난해 43만 가구에 달했으나, 올해는 26만 가구로 3분의 2로 줄었다.
반면 9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비중은 크게 늘었다. 9억 초과 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28%로 커졌고, 15억 초과 아파트도 15%에서 20%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까지만해도 6억 미만 아파트가 몰려있던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아파트의 ‘6억 넘기’가 두드러졌다. 올해 초 대출 제한,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고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 부담이 커지면서 노도강 아파트가 풍선효과로 가격이 급상승해서다.
KB부동산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 말까지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는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오른 곳으로 꼽혔다. 먼저 강북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1월 3.3㎡당 1646만원이었지만 올해 11월 2131만원으로 485만원 올랐다. 상승률은 29.5%다.
이어 노원구와 도봉구는 각각 28.7%(1975→2310만원), 26.5%(731→1137만원) 올랐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5.6%(2887→3339만원) 오른 것과 비교해 2배 가깝게 오른 셈이다.
◇보금자리론도 못 받아…“대출 완화해야”
더 큰 문제는 6억 이하 아파트가 사라지면서 무주택자들이 받던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부의 대출 지원 등이 6억 이하 아파트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무주택자들의 매수 기회 박탈이 더 심화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지원하는 보금자리론이 대표적인데, 이 정책을 이용하기 위해선 시세(매매가·KB부동산리브온)가 6억원 이하여야한다. 이 상품은 시중 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이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투기과열지구 기준)보다 대출금도 더 나온다. 매매가의 70%(최대 3억원)까지 지원해준다.
|
심지어 보금자리론은 2009년과 비교해 기준이 더 강화된 상황이다. 2009년 5월 보금자리론은 기존 6억원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까지 받을 수 있게 됐지만 2017년 1월 6억원 이하 아파트로 제한이 다시 생겼다. 소득 요건도 1인 가구 기준 7000만원 이하로 제한됐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들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무주택자들은 대출 말고는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며 “원칙적으로 무주택자들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