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방송은 22일(현지시간) 광둥성 광저우와 포산의 공장 밀집 지역을 직접 취재하고 “지난해 미·중 관세 전쟁 때 보였던 결연함은 사라지고 체념이 자리잡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부과했을 때 중국은 수출 확대로 충격을 흡수하며 약 5%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 이후엔 양상이 전혀 다르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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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원단시장이 있는 광저우의 한 거래상은 BBC에 “원가가 약 20% 올랐다. 고객들이 인상분을 받아들이지 않아 주문이 줄고 창고에 원단이 쌓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의류 원단의 핵심 원료인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유가 급등에 직격탄을 맞은 영향으로, 자라·쉬인·테무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공급망에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다. 마진이 얇은 중소 거래상일수록 비용을 자체 흡수하기 어려운 처지다.
중국 포산의 임시직 채용시장에는 시간당 18~20위안(약 3900~4340원)에 플라스틱 사출이나 휴대전화 조립을 하겠다는 40대 이상 농민공들이 줄을 섰다. 임금은 정체된 채 비용은 오르고 일감은 줄어드는 삼중고 탓이다. 한 노동자는 “일하고 또 일해도 삶이 없다. 도와달라”며 BBC 기자 앞에서 이례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다른 곳에서 일을 찾아보겠다”며 담배를 비벼 껐다. 광저우 캔턴페어(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 박람회장에서 14시간 동안 화장실을 청소하고 받은 일당이 150위안(약 3만 2500원)에 그쳤다는 노동자도 있었다. ‘세계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한 중국’이라는 평가는 이들에겐 먼 이야기처럼 비춰졌다.
BBC는 “미국의 관세를 버텨낸 ‘세계의 공장’ 중국이지만, 호르무즈를 겨냥한 포탄 한 발이 일으킨 파장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제조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고 짚었다.
EV 35만대 수출 호황 뒤 중동 ‘올스톱’
눈길을 끄는 건 베이징이 보여주고 싶은 ‘다른 중국’도 같은 도시, 같은 현장에 공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캔턴페어 전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손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외국 바이어들을 맞는다. 외국어를 통역해주는 인공지능(AI) 안경, 등산을 돕는 로봇 다리 등 첨단 제품 부스 앞에는 시연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중동 분쟁에 발이 묶인 미국과 달리, 미래 기술로 나아가는 중국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특히 이번 전쟁은 중국 전기자동차(EV) 산업의 강점을 재확인시켰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지난달 35만대로 전월대비 30%, 전년 동월대비 140% 급증했다. 휘발유·경유 가격이 치솟자 인도·방글라데시·튀르키예 등 신흥국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폭증한 영향이다.
다만 전기차 최대 수출지였던 중동 시장은 사실상 멈춰 섰다. 트레이더인 조이스 류는 “지난해 차량 90%를 중동으로 보냈는데 올해는 전쟁 때문에 거래가 거의 끊겼다. 일부 차량은 여전히 중국 항구에 발이 묶여 있다”며 “캔턴페어에서 아프리카·남미 바이어를 새로 발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만에서 온 한 바이어는 “지금은 어렵지만 ‘인샬라’(신의 뜻대로)”라며 “전쟁이 끝나면 사업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5월 미·중 정상회담 성사 사활…휴전 중재 외교
영국 채텀하우스의 위제 연구원은 “미국의 쇠퇴는 중국이 바라던 바이지만 지금의 미국은 중국이 원했던 모습이 아니다”라며 “중국은 보다 예측 가능하고 다루기 쉬운 미국을 선호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5월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키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기류 속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교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다. 휴전을 촉구하면서도 동맹인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압박하고,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들과 잇따라 회담 또는 통화를 가졌다.
이에 대해 흐로닝언대 윌리엄 피게로아 교수는 “중국이 중동에서의 약속을 진지하게 지키고 있음을 미국과 역내 파트너 모두에 보여주려는 외교적 근육 과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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